밤의 어둠 속에 유령이 다시 나타난다. 시간이 이음매에서 어긋나 있다. (2016년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연출의도
사람들은 뛰쳐나와 함께 목소리를 높였다. 가까운 ‘거리’에서 그들의 얼굴과 눈빛을 가만히 다시 보고 싶었다. 지금 이곳에 없는 이들을 다시 불러내는 기록은 디지털 매체 속에서 다중적인 유령성을 내포하며, 기억의 ‘빛’은 절대적으로 단절되지 않고 ‘다르게’ 연결된다. 그 빛 속에 존재하는, 의심할 수 없는 시선이 ‘시간’의 벽을 뚫고 나와 말을 건넨다. 그 말을 함께 나누고자 했다.
리뷰
파운드 푸티지 영상과 자막, 그리고 내레이션을 활용해 역사와 시간을 새롭게 써내려가는 실험 다큐멘터리. 영화는 반복해서 시간의 이음매가 뒤틀리고 과거가 궤도를 탈출해 현재와 만나는 시간의 출현을 말한다. 뒤틀린 시간은 죽었음에도 반복해서 그 존재를 드러내고 자신의 고통을 호소하는, 존재와 비존재 사이의 유령에 의해 가능하다. 그 유령은 억울하고 부당한 죽음을 맞은 이다. 유령은 부정의의 조건 하에서 반복해서 등장한다. 유령은 단지 그 존재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을 넘어서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변화의 추동력을 만들어 낸다. 내레이터와 자막이 <햄릿>의 유령 출현 장면을 발췌해서 읽어 내려가는 동안, 화면은 역사적 유령의 출현인 민중의 봉기를 반복해서 보여준다. 1960년 4·19, 1980년 5·18, 1980년 6·10, 그리고 2015년 가면시위. 이 시간들은 복수의 ‘지금들’로 연결되어 있다. 뒤틀린 시간성을 통해 과거는 현재화되고, 현재는 역사화된다. 영화는 광장에 나온 개인들을 클로즈업하고 눈을 마주하며 그들을 기억하고자 한다. 또한 그들을 기억하게 해줄 기록하는 카메라도 함께 조명한다. 이 부유하는 이미지들 속에서 유령을 믿는다는 것은 곧 역사의 변화와 민중의 힘을 믿는 것이 될 수 있을까? (2018년 제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조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