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2016.06.29 장르 애니메이션 감독 미카엘 뒤독 더 빗
등급 전체관람가 러닝타임 80분 국가 프랑스, 일본 평점 8.5 조회수 오늘 1명, 총 29명
줄거리
붉은 거북은 거북이와 게, 새들이 사는 열대 섬으로 난파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 삶 속 이정표들을 헤아린다. (2016년 제12회 인디애니페스트)
한 남자가 거친 파도에 이끌려 조난을 당한다. 그가 눈을 뜬 곳은 거북이와 게, 새들만이 사는 무인 섬. 우선 생존을 위해 섬을 살피는 남자. 이윽고 섬을 떠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배를 만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바다에 배를 올리고 나면 붉은 거북이 한 마리 나타나 그를 방해하는데….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특별상 수상작. (2017년 제19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오스카 수상에 빛나는 미카엘 두독 데 비트 감독이 <차의 향기(The Aroma of Tea)>(2006) 이후 꼭 십 년 만에 첫 장편 애니메이션 <붉은 거북>으로 돌아왔다.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네덜란드 태생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애니메이션 작가인 미카엘 두독 데 비트와 스튜디오 지브리와의 만남은 제작 초반부터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며 전 세계 애니메이션 팬들의 궁금증을 한껏 고조시켰다.
<붉은 거북>의 탄생 비하인드 스토리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와일드 번치(Wild Bunch)의 빈센트 마라블이 지브리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만나게 된 자리에서 감독은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그에게 꺼내 보였다. 그 작품은 미카엘 두독 데 비트에게 2001년 오스카를 안겨주었던 <아버지와 딸(Father and Daughter)>(2000)로 그를 꼭 만나보고 싶다는 노장 감독의 간절한 요청으로 마스터들 간의 환상적인 콜라보레이션이 마침내 시작되었다. 언뜻 서로 달라보였던 거장들의 유려한 터치는 오랜 숙성을 거쳐 인간과 대자연의 조우를 시적인 영상미와 내밀한 언어들의 변주 속에서 80분 간의 완벽한 오디세이의 향연으로 펼쳐놓는다.
이름 모를 작은 섬에 떠밀려와 홀로 살아남게 된 남자는 대자연과 맞서 싸우며 섬을 탈출하고자 안간힘을 쓴다. 로빈슨 크루소의 모험이 살짝 겹쳐 보이는 찰나에 스토리는 신화적 상상력과 우화적인 알레고리들을 통해 완전한 반전을 꾀한다. 장면 장면에서 문득 맞닥뜨리는 지브리 두 거장의 숨결은 의식 속을 비집고 들어오면서 즐거운 설레임과 묘한 전율을 피어오르게 만든다. 존재에 대한 외로움, 절망, 상실감과 더불어 가족 간의 유대와 사랑, 그리고 그리움을 노래하는 감독 특유의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감성은 <수도승과 물고기(The Monk and the Fish)>(1994), <아버지와 딸(Father and Daughter)>(2000)에 이어 <붉은 거북>으로까지 자연스럽게 전이되면서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움직임의 미학과 미니멀리즘의 조형미가 돋보이는 미장센으로 그려낸다. 거기에 치밀하게 차분한 내러티브와 절제된 언어는 그 어떤 강한 외침보다 더욱 강렬한 침묵으로 인간과 대자연의 관계를 미스터리한 우화로 풀어내면서 동시에 존재에 대한 사유와 통찰을 품으며 우리를 작품 속으로 흠뻑 빠져들게 한다.
근래 들어 이렇게 잔잔한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선사하는 애니메이션을 본 적이 있었던가? 스스로에게 자문하면서 또 다른 명작의 탄생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미카엘 두독 데 비트 감독과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눈과 마음에 담을 수 있는 보석 같은 작품을 계속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행운을 이번 제12회 인디애니페스트2016을 찾는 관객들과 함께 누릴 수 있다는 것이 마냥 행복 할 뿐이다. (추혜진, 인디애니페스트 영화제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