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4번 원자로 주변 방사능 피폭 지역에는 저항적 삶 을 이어나가는 할머니들이 살고 있다. 체르노빌이 지구 상에 서 가장 오염된 지역이라는 오명을 떨쳐버리려는 듯이 말이 다. 아름다우면서도 치명적인 풍경을 찾아 과학자와 군인, 심지어 이 지역에 몰래 숨어 들어오는 ‘스토커’까지, 많은 사 람들이 이곳을 방문한다. 어째서 이 할머니들은 원전 사고 후 당국의 뜻을 거스르고 자신의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이곳 으로 돌아온 것일까? 영화는 이러한 질문을 통해 고향에 대 한 향수와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는 치유의 힘, 위험을 마주 하는 주관적인 태도에 관해 이야기한다. (2016년 제1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램 노트
“100년 사이에 스탈린의 굴라크와 아우슈비츠가 세워졌다. 체르노빌이 폭발했다. 그리고 뉴욕의 9월이 발생했다. 이 모든 것이 어떻게 한 세대 만에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다...운명은 한 사람의 인생이고, 역사는 우리 모두의 삶이다. 나는 운명을 보존하면서 역사를 들려주고 싶다. 한 사람을 잃지 않도록......체르노빌에서는 ‘모든 것 후’의 삶이 더 기억에 남는다. 사람 없는 물건, 사람 없는 풍경.....목적지 없는 길, 목적지 없는 전선......가끔 내가 미래를 쓰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체르노빌의 목소리: 미래의 연대기』 중에서)
1986년 체르노빌 원전이 폭발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 (구)소비에트 공화국의 경계에 자리했던 체르노빌은 30년이 지난 지금 다크 투어리즘 관광명소가 되었고, 비디오 게임인 <스토커>의 메인 장소이며, 드미트리 글루코프스키의 소설인 『메트로』 시리즈와 동명의 비디오 게임의 스토리 제공 장소가 되었다. 그럼 지금 실제 체르노빌에는 누가 살고 있는가. 고향에서 죽겠다고 방사능 피폭으로 가득 찬 고향집을 버리지 못한 할머니들이 그 곳에 살고 있고, 인류는 그 할머니를 실험 대상으로 방사능 피폭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꽤나 희소성이 높은 연구를 하고 있다. 체르노빌에서의 ‘모든 것 후’의 삶은 곧 체르노빌 할머니들의 삶이며, (알렉시예비치가 쓴) 미래의 연대기는 체르노빌 할머니들의 현재의 생존이 된다. (2016년 제1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김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