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는 의미심장한 듯 무심하게 떠다니며 자동차에선 연기가 나고 어떤 사람은 길가에 쓰러져 있기도 하며 벌거벗은 두 남녀는 해변에 누워있다.
(2016년 제16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연출의도
나는 수많은 영화를 보며 영화적 몰입의 기술에 빠져드는 대신 그로부터 줌 아웃 하듯 수십 걸음 물러나왔다. 그리고 영화 속 단일화면 가장자리를 이루는 곳에서 또 다른 장면들을 사방 팔방으로 증식시켰다. 헬기는 의미심장한 듯 무심하게 떠다니며 자동차에선 연기가 나고 어떤 사람은 길가에 쓰러져 있다. 이렇듯 곳곳에 영화적인 장면들이 연출되어 있으나 영화처럼 명확한 서사를 제시하지 않는 이 작업은 사실, 영화 속의 장면들을 일상 속으로 확장한 것이다. 우선, 수많은 영화 속에서 Longshot(영화 속 이야기에 매몰 되는 것으로부터 적정한 거리를 둔 일상적 구도)으로 촬영된 장면들을 수집하였다. 그리고 나서 그 장면들과 흡사한 실제 장소들을 찾고, 그곳에서 인위적으로 연출되지 않은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모습들과 풍경들을 시점을 바꿔가며 수 차례 반복 촬영하였다. 마지막으로 작업의 시발점이 되었던 영화 속 장면들과 내가 직접 촬영한 장면들을 꼴라주 기법으로 연결하여 마치 하나의 연속체처럼 연출하였다. 이 작업은 two channel 작업이다. 왼쪽화면과 오른쪽 화면에선 꼴라주된 15개의 화면이 각각 무작위로 재생된다. 그런 가운데 어느 순간 동일한 화면이 마주치게 될 때가 있다. 하지만 약간의 차이를 발견할 수 가 있다. 그 차이점은 잠재된 수많은 사건들의 가능성이 뻗어나갈 갈림길을 나타낸다. 나는 이와 같은 연출방식들을 통해 영화 속의 장면들을 영화의 구조-집약적, 구축적, 선형적 구조가 아닌 보다 분산적이며 유연한 일상의 구조로 재구성하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