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번째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나의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다가 엄마의 오래된 상자를 발견했다. 거기서 엄마와 친구들이 30년 전에 작성한 설문지를 본 나는 설문지 속 주인공들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엄마의 친구들을 만나면서 청소년들의 꿈과 꿈을 이루는 과정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2016년 제8회 DMZ국제다큐영화제)
연출의도
생애 첫번째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나의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다가 엄마의 오래된 상자를 발견했다. 거기서 엄마와 친구들이 30년전에 작성한 설문지를 보고 나는 관심이 생겨 설문지 속 주인공들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엄마의 친구들을 만나면서 청소년들의 꿈과 꿈을 이루는 과정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리뷰
영화의 도입부, 편지를 들고 화들짝 놀라다 이내 환한 웃음을 마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이 화면을 가득 메운다. 마치 팝꽃이 꽃봉오리에서 가볍게 터져 나오는 듯한 상쾌한 웃음이 보는 이를 미소 짓게 한다. 무엇이 그녀들을 이토록 놀라게, 기쁘게 만든 걸까? 그 열쇠는 바로 감독의 어머니가 청소년 시절부터 고이 간직해오던 ‘상자’에 있다.
열다섯, 열일곱의 소녀가 삼십 년도 훌쩍 넘는 기간 동안 소중하게 간직해오던 보물 상자. 처음, 호기심에 카메라를 든 아들은 설렘 반 궁금증 반으로 엄마의 상자를 들여다보다 그 속에서 현재 감독 자신과 크게 다를 것 없는 ‘꿈 많은’ 소녀들을 마주하게 된다.
삼십 년 전 문답놀이에서 장래희망, 좋아하는 가수 등을 묻는 질문에 인형가게 주인, 패션 디자이너, 송창식, 조용필 등과 같은 답을 내놓던 소녀들은 어느덧 어엿한 사회의 일원이 되어있다. 그 세월의 간격을 고스란히 느끼는 감독의 어머니와 그녀의 친구들이 마주하는 것에는 꼭 세월의 격세지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껏 무탈하게 지내온 스스로에 대한 감사함, 어느덧 예전의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청소년기에 접어든 아들 세대(감독)에 대한 인정 등이 복잡하게 설켜 있지 않을까. <엄마의 상자>는 어쩌면 감독이 직접 편지를 전하지 않았더라도 이미 알고 있었을, 그녀들의 소중한 보물들이 보는 이를 웃음 짓게 하는 작품이다.
감독은 엄마의 상자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카메라를 통해) 자신과 친구들의 꿈을 담아낸다. 꿈이 확실치는 않지만 그 꿈만으로도 반짝이는 친구들. 언젠가는 훗날 이 영화가 감독과 그의 친구들에게 ‘엄마의 상자’와 같은 소중한 다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2016년 제8회 DMZ국제다큐영화제/성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