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눈으로 다 말할게요. 가비는 바닥 타일 기술자다. 마르코는 그녀의 교육생이다. 최근, 마르코는 애인과 헤어지는 법을 가비와 연습하기 시작했다. 이를 가비도 자신의 일상에 적용해가며, 삶의 공허함을 이겨내려 노력한다. (2021년 제5회 부산인터시티영화제)
리뷰
영화의 마지막 장면. <가비>는 상대를 바라보는 가비의 얼굴을 정적으로 담아내며 마무리된다. 이 영화가 최종적으로 가비라는 한 인물의 얼굴을 담아내기까지 쌓아온 것들은 무엇일까. 왜 가비는 여태껏 쉬지 못하고 달려왔으며, 쉽게 멈추지 못하는 것일까. 다소 심한 비약이 따를지도 모르나, 과감하게 첫 장면으로 돌아가 본다. 영화의 오프닝. 카메라는 무거운 포대를 둘러메고, 어딘가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가비의 뒷모습을 쫓아간다. 그런 그녀가 마주하는 주변의 사람들. 그들과 벌이는 상황극. 억눌린 감정을 표출하려는 그녀의 노력. 가비는 극의 끝에 다다를 때까지 멈추지 않고 움직인다. 다시 엔딩으로 와서, 우리는 멈춰 앉은 가비를, 가비의 얼굴을, 가비의 표정을, 가비의 눈빛을 바라본다. 지금 그녀의 눈빛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것일까. <가비>는 제목처럼 우직하게 한 인물을 쫓아간다. 어떠한 돌파구도 찾지 못한 채 불안함 그 자체로 생동하는 ‘가비’라는 한 인물을. (2021년 제5회 부산인터시티영화제 / 윤지혜 선정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