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자영자의 같이방》 전(展)에 전시된 영상 중 하나. 어린 시절 구로공단에 들어와 지금까지 미상사로 일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의 목소리가 쉼없이 돌아가는 미싱과 선풍기에 흔들리는 실가락들, 그리고 다림질 사이로 들려온다. (2017년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램 노트
작은 봉제공장에 미싱 돌아가는 소리가 쉼 없이 들린다. 감독은 묻는다. 언제 구로공단에 들어왔는지, 당시 삶은 어땠는지. 60년대 후반부터 일 해온 미싱사는 한평생을 익숙하게 또 너무 오래된 일이라 구체적으로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그녀가 기억하는 것은 어느 한낮 눈으로 착각했던 하얀 꽃가루다. 아침에 출근해 밤에 퇴근하는 일과로 시간관념도 없어지고 한낮의 풍경을 볼 여유가 없던 시절 우연히 각인된 풍경. 보이스오버의 인터뷰와 함께, 카메라는 꽃가루 대신 그녀가 늘 마주했던 풍경인 실타래와 미싱, 다리미, 쌓여있는 옷감에 존중을 담아 클로즈업으로 가만히 응시한다. 미싱 돌아가는 소리와 스팀 소리, 가위질 소리, 그리고 간헐적인 묵음은 관객들로 하여금 그녀가 한평생 보고 들어온 풍경의 역사를 상상하게 만든다. (2017년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조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