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애니메이션 감독 오서로
러닝타임 3분 국가 한국 평점 8 조회수 오늘 1명, 총 36명
줄거리
누군가의 콧구멍에서 일어나는 일들. "영화를 본 뒤에, 그래서 제목이 뭐였더라, 하며 다시 찾아보니, 이상한 제목이다. 이건 문자가 아니라 그림이며 기호다." (2018년 제23회 인디포럼)
연출의도
비염 또는 감기 등을 가진 누군가의 코에서 일어나는 온갖 정신 없는 일들을 직설적인 방법으로 비유하려고 했다.
프로그램 노트
영화를 본 뒤에, 그래서 제목이 뭐였더라, 하며 다시 찾아보니, 이상한 제목이다. 이건 문자가 아니라 그림이며 기호다. ‘콧구멍’이라고 언어로 쓰는 대신 ‘각각 왼쪽과 오른쪽으로 약간 볼록하게 휜 두 개의 수직곡선 사이에 놓인 두 개의 원’을 그려 놓은 그림이 이 영화의 제목이다. 이 제목의 작명 방식이 바로 이 영화의 작동 방식이기도 하다. 한 남자가 여기 있다. 그는 재채기를 할 것이며 콧물이 흐를 것이다. 재채기는 주체하기 어려울 정도로 멈춰지지 않을 수도 있고, 남자는 때로 콧물을 들이마시기도 할 것이고, 닦기도 할 것이고, 운이 좋아 공기 좋은 곳에 머무르게 된다면 뻥 뚫린 것처럼 시원해진 느낌을 다시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 들은 누군가가 그런 것으로 무슨 영화가 되겠느냐고 반문하게 된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이 영화에서 콧구멍은 왜 콧구멍으로 불리지 못하는가. 혹은 재채기는, 콧물은, 왜 그것들로 불리지 못하는가. 사실은 명확한 이유가 있다. 그렇게 고정하여 부를 수 없을 만큼 다양하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아니 변화라기보다는 ‘콧구멍에서 흘러내리는 콧물과 재채기’라는 신체적 상황으로부터 떠올릴 수 있는 연상적 이미지들의 무차별적인 연쇄라고 불러야 더 옳을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콧구멍이라고 부르는 신체의 두 개의 구멍에서 콧물이라고 부르는 액체가 흘러내리는 것에서 연상된 수많은 이미지들이 여기 불려온다. 가령, 멈춰지지 않는 콧물 눈물 재채기 그것을 닦고 짜는 행위는 시끌벅적한 전투로 묘사된다. 벽에 금이 가서 물이 새어 나오고, 총탄이 쏟아지고, 변기에 물이 넘치며, 두 개의 하수구, 두 개의 터널, 두 개의 엔진이 교차된다.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겠다. 여기에는 흐른다, 푼다, 닦아낸다. 짜낸다, 터진다, 등등 우리가 콧물을 흘리고 재채기를 할 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사소한 신체적 배설과 그 조처에 대한 행위로부터 연상된 이미지들이 산더미 같이 등장하여 폭풍우처럼 휘몰아친다. 안과 밖이 바뀌고, 사물과 인물이 교환되고, 선과 면이 합세하면서 말이다. 이 영화는 우리의 작고 당혹스러운 신체적 배설과 그 조처를 마침내 우주의 행위들로 인식한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콧구멍에 우주를 담는다. 콧물과 재채기를 다룬 것만으로도 이 정도의 격렬한 긴장감을 표현해 냈는데, 그 밖의 또 다른 신체적 배설을 다루기라도 했다면.... 차마 상상이 안 된다. (2018년 제23회 인디포럼/ 정한석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