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석가구공단의 버려진 기숙사,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2017년 제15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프로그램 노트
화면이 밝아지면 덩그러니 의자가 놓여 있다. 누군가가 앉아 있었을 자리는 이제 비어 있다. 다시 화면은 어두운 집안으로 들어간다. 마석 가구공단의 텅빈 기숙사. 먼지가 잔뜩 쌓인 공간이지만, 누군가 지냈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손으로 그린 그림, 구겨진 캔, 벽에 걸린 옷. 그 공간을 비집고 목소리가 들린다. 18년간 한국에서 생활한 버마 출신의 마흔 한 살의 노동자 에이씨다. 에이씨는 마흔 살 나이의 절반 가까운 시간을 한국에서 보냈지만 그에게 한국은 더 이상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하는 곳이 아니었다.
다시 살기 위해 떠난 그. 에이씨를 불법체류자, 이주노동자라 호명하는 한국에서 그는 어떤 기억을 안고 떠났을까? 영화의 엔딩장면에서 비춰지는 노동자 집회 장면은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강하게 뒷받침한다. 한국사회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자리는 여전히 비어있다. (2018년 제23회 인디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