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드라마 감독 이승주
등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29분 국가 한국 평점 9.4 조회수 오늘 1명, 총 102명
줄거리
성재는 인터넷 중고 장터에 그동안 모아 온 1000개가 넘는 DVD를 모두 팔아 치우기 위해 내놓는다. 대책 없는 여중생 영화광 민지가 다짜고짜 DVD를 구매하겠다며 성재의 집에 찾아온다.여중생은 성재의 아침잠을 깨운다. (2018년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
연출의도
애정을 바쳤던 것들을 떠나보내며 건네는 작별인사.
프로그램 노트
이른 아침부터 민지는 어딘가로 내달린다. 허둥대는 걸음으로 도착한 곳은 학교가 아닌 어느 낯선 아저씨네. 씨네필, 영화광이라 불러도 성에 차지 않을 영화 덕후 성재가 사는 집이다. 그곳으로 말하자면 진열장에 가득한 DVD들이 단출한 살림살이를 압도하는 생활형 영화천국 같다 할까. 성재의 영화천국에 들어서자 쭈뼛거리던 소녀는 어디로 간 듯, 저돌적인 덕후 민지의 모습이 박력 넘치게 튀어나온다. 생활고로 인해 애지중지하는 DVD를 중고장터에 내놓은 성재는, 단번에 조지 로메로의 〈시체들의 새벽〉을 잡아드는 이 작은 덕후가 심상치 않다. 그렇다 해도 덕후들의 강직함은 쉽게 깨지지 않는 법. 일괄 판매의 원칙을 고수하는 자와 DVD 한 세트만 빼가려는 자의 귀여운 다툼이 영화 내도록 애틋하게 이어진다.
〈시체들의 아침〉은 이토록 유별난 두 영화 덕후의 애정을 스크린 밖에서도 유연하게 공유하도록 만든다. 보고파하던 영화를 만나러 가는 길의 설렘, 집착에 가까운 애정, 반복해 보아도 새록새록 갱신되는 위대한 영화에 갖는 존경심과 같이, 영화를 향한 마음들에 관해 적당한 소란스러움과 유머, 담백한 제스처로 대변한다. 그러니깐 이 영화가 각인된다면 그건 영화 내적인 힘만으로 이뤄진 게 아닐 것이다. 민지의 흥분에 가득 찬 시간과 성재의 씁쓸한 시간, 영화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그 마음의 시간들이 우리들의 시간에 자연스레 녹아들며 비롯된 것일 테다. 삶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 더 이상 말로 표현하기에는 민망한 애정이 이 영화와 함께하는 시간 안에서는 전혀 별스럽지 않다. 그렇다면 소녀와 아저씨의 교감이라는 오래된 이야기와 흔해빠진 캐릭터 조합이 새로운 활기를 띄는 건 감정적 공명만으로 가능한 걸까. 그보다는 실은 이 영화가 꽤나 정교한 농담과 편집술을 구사하기에 가능한 것 같다. 하나하나 세심한 감정이 배어있는 장면들의 경쾌한 흐름이 이야기를 절로 생성해내는 것 같고, 거부할 수 없이 공감되는 표정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며 〈시체들의 아침〉은 우리들의 고단한 애정을 사랑스럽게 포착해 낸다. (2018년 제23회 인디포럼/ 홍은미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