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사이클 라운드업은 선유도 곳곳의 이질적인 실내외 공간-정원, 수질정화원, 온실, 공터 등-을 무대로 삼아 다섯 개의 사운드 설치와 퍼포먼스 작업을 진행하였다. 이 작업들에서 선유도 공간은 다양한 상상의 모티프를 제공한다. 공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검은 비닐과 캔의 미묘하고 느린 떨림, 녹색 기둥의 정원에서 서로를 찾아 돌아다니는 퍼포머들 간의 거리가 발생시키는 음악, 온실 속 식물이 꾸는 꿈속에서 들리는 물소리, 수질정화원의 물길의 흐름 등 현실과 상상, 그리고 특정한 상황에서의 작업들이 펼쳐진다. (2018년 제23회 인디포럼)
프로그램 노트
음악은 어떤 과정을 거쳐 비로소 음악이라 말해지는가. 소리가 음악이 될 수 있다면 그 작업은 어떻게 이뤄지나. 청취의 방식은 어떤 형태일 수 있는가.
두 편의 실험적 다큐멘터리 <투명한 음악>(2017)과 <소리의 정원>(2016)을 보고 있자면 음악이 되기 이전의 소리와 소음의 단위가 궁금해지고, 그 소리와 소음으로부터 구성되는 음악과 도출되는 청취 방식이 궁금해진다. 이때의 음악은 음악의 프로세스를 사고하게끔 하는 음악이며 이때의 영상은 그 프로세스의 일부이자 프로세스에 질문하게끔 하는 영상이다. <투명한 음악>의 경우부터 말해보자. 이 작업은 2017년 2월 문래예술공장에서 진행된 동명의 공연이 그 시작으로 필드 레코딩과 라이브 오디오 스트리밍 작업을 하는 김지연이 공연의 기획과 연출을 맡았다. 조용기는 그 공연을 기록하고 재구성해 영상 <투명한 음악>을 완성했다. 당시 공연은 라이브 스트리밍과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청취의 방식을 재고하고 소리와 음악의 경계를 넘나들며 음악의 가능성을 확장한다. 공연에는 총 세 대의 스트리머가 사용됐다. 문래예술공장 옥상에 하나, 공연장 밖 오퍼레이터가 몸에 지니고 정해진 동선을 따라 걸으며 공연장 밖 오디오 데이터를 채집해 서버로 보낸다. 나머지 하나는 공연장 한쪽 갤러리에 설치됐다. 각각의 스트리머에서 전송된 라이브 스트림을 중계자 이강일이 믹싱해 서버에 보내면 관객들은 본인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작동해 각자 이어폰을 낀 채 소리를 청취한다. 관객은 어플리케이션에 언제 접속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으며 통신 상태에 따라 음감에도 차이가 난다.
공연장에는 건반 연주자와 무용수도 있다. 각자 자신의 이어폰을 착용해 서버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는다. 연주자는 자신이 준비해온 곡을 들리는 소리에 리액션하듯 연주하고, 무용수는 들리는 소리에 즉흥적으로 움직임을 해나간다. 공연장 안팎의 사운드의 동시다발적이며 개인적인 청취가 진행 중이다. 통제 불가능한 소리, 누군가에게는 소음에 가까울 수 있는 소리가 일정한 기술적 프로세스를 거쳐 음악과 무용의 한 요소가 되고 청취의 내용으로 전환된다. ‘지금, 여기’에서 발생하는 사운드에 최대한 집중해 음악과 청취가 잠정적으로 완성된다. 이후 김지연은 공연에서 못다 한 음악 작업과 공연 프로세스에 관한 이야기를 동명의 정규 앨범과 소책자로 펴냈다. 어쩌면 조용기의 영상은 그날의 공연에 대한 사후적 기보(記譜)일 수도 있겠다. 공연을 기록해둔다는 데 그치기보다는 재구성된 영상은 공연에 참여한 퍼포머와 관객뿐 아니라 이러한 방식의 사운드 퍼포먼스에 관심 있는 미래의 청취자가 공연의 매커니즘을 이해해볼 수 있게끔 하는 자료다.
<소리의 정원>은 작업이 진행되는 장소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한 사운드 실험이다. 업사이클 라운드업이라는 이름으로 다섯 명의 아티스트가 선유도의 서로 다른 공간에서 사운드 설치와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김지연은 <식물의 꿈>을, 이강일은 <단조로운 생활>을 작업했고 이번에도 조용기가 그 현장 전체를 재구성해 기록했다. <식물의 꿈>은 오디오 스트리밍 장치로 선유도 근방의 한강에서 소리를 채집하고 온실에 가서 시아노타입 기법으로 식물의 이미지를 얻었다. 이때 서로 다른 공간에서 채록된 소리와 획득한 이미지는 김지연의 작업 안에서 만난다. 꿈과 현실,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탐구하는 작가의 의도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동시에 조용기는 이 사운드와 이미지를 자신의 영상 안에서도 만나게 해 김지연의 작업과 중첩된다.
<단조로운 생활>은 선유도의 ‘녹색 기둥의 정원’을 일종의 그리드(grid)로 삼아 세 명의 퍼포머가 무선 장치를 하나씩 들고 걸어본다. 퍼포머가 움직일 때마다 각각의 무선 장치에서는 서로 다른 기계음이 들리고 퍼포머들끼리 무선 장치 간의 접촉을 시도하거나 스치듯 움직이면 또 다른 소리가 만들어진다. 무정형의 기계음은 퍼포머의 반복변주되는 움직임을 통해 구조를 갖추고 미니멀한 음악처럼 들리기 시작한다. <소리의 정원>이라는 제목 그대로 장소 특정적 사운드 퍼포먼스는 선유도라는 장소를 ‘소리의 정원’으로 다시 감각하게 하고 새롭게 보게 유도한다. (2018년 제23회 인디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