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죽음 앞에서도 스테판은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슬픔도 안도감도 없었다. 그는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가? 〈그날 밤〉은 알코올중독자 어머니 밑에서 자란 감독의 성장기이자 그와 남동생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 어느 밤에 대한 이야기이다. 감독은 기억을 봉인했던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순진한 모험과 고통스러운 시련이 가득했던 시간과 마주한다. (2018년 제15회 EBS 국제다큐영화제)
리뷰
누구나 애정하는 동시에 증오하는 대상이 있다. 감독에게는 알코올 중독이었던 아름다운 어머니가 그 대상이다. 영화는 감독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애니메이션과 실사를 곁들여 시적으로 풀어낸다. 영화는 어린 시절 나와 현재의 나를 겹쳐내는 동시에 분리하면서 어린 나와 현재의 나의 내레이션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알코올 중독 어머니를 둔 아들의 시점인, 두 ’나’의 시점으로 어머니를 회상하는 영화는 아름다운 동시에 아프다. 맨발로 해변을 걷던 어머니,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어머니, 그러나 동시에 술에 취해 아들을 부정하던 어머니, 술집과 거리를 찾아 헤매 찾아낸 어머니, 그녀는 사진 속에서도 늘 술병과 함께 한다. 영화는 세 번의 밤을 중심으로 기술된다. 술에 취한 어머니가 집으로 사람들을 몰고 와 밤새 술을 마신 밤, 병원에 들어간 어머니로 인해 할머니 집에서 푸근하게 잠든 밤, 다시 어머니와 살던 어느 날 아버지가 나와 동생을 데리러 온 밤. 각기 다른 세 번의 밤은 두려움, 따뜻함, 안도를 담아낸다. 그러나 영화는 감정을 선명하게 드러내기보다는 트라우마를 대면하고 이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담아낸다. 홀로 어두운 밤 타는 자전거에서 시작한 영화는 어린 시절 자신을 재현한 모두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마무리하기 때문이다. (이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