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 생명이다. 강을 따라 생명이 모이고 삶이 시작된다. 발칸 반도의 강은 유럽에서 거의 유일하게 살아 있는 강들이다. 이 곳에 3천 개의 댐이 건설된다고 한다. 결과는 자명하다. 부패 사슬을 통해 황금알을 낳는 이윤 사업이 된 댐 건설은, 강과 강에 의존하는 생명들의 숨통을 끊어 놓을 것이다. 댐 건설에 맞선 주민들의 저항이 시작된다. 이유는 오직 하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다. (2018년 제3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 / 맹수진)
리뷰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한 브리튼 카유에트 감독의 <푸른 심장>은 삶의 터전이자, 인생의 전부인 강을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이다. <푸른 심장>이라는 제목은 유럽에서 거의 유일하게 살아있는 강인 발칸 반도 지역의 강을 상징한다. ‘심장’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만큼, 강은 그 자체로 생명이고, 여러 생명이 모이고 삶이 시작되는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이곳에 3천 개의 댐이 건설된다고 하자, 강과 강에 의존하는 생명들의 숨통을 끊어 놓을 것을 우려한 주민들은 댐 건설에 맞선 저항을 시작한다. 지역의 문화와 생태를 위협하는 개발에 분노한 주민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과 동물을 넘어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명체들과의 공존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라는 커다란 질문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올해 개막작은 인간과 동물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자연과의 공존이라는 화두를 담아내려는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가 고심 끝에 선택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동안 영화제가 반려동물 중심의 영화와 프로그램, 반려산업 활성화를 위한 행사에 치중해왔다면, 앞으로는 영화제가 다루고자 하는 이슈와 범위를 자연과 환경, 생태로 확대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또한 발칸 반도의 살아있는 강을 지키기 위한 주민들의 모습을 담은 <푸른 심장>은 지역민과 시민단체의 노력으로 지금의 갯벌과 습지를 간직한 ‘대한민국 생태수도’를 지켜온 순천만의 역사와도 겹쳐진다. 멸종위기종 흑두루미와 겨울 철새들의 최대 서식지, 람사르 습지 등재, 한해 200만 명 규모의 관광객이 찾는 생태관광지 순천만습지는 지역민들의 지속적인 보전 노력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90년대 초반, 쓰레기가 가득 쌓여 버려진 땅처럼 방치됐었던 순천만 하구에서 민간업체가 골재채취사업을 추진하면서 위기에 내몰리자, 순천만 갈대숲을 보전하기 위한 시민단체와 지역민들이 ‘사업허가 취소’를 요구하며 맞서면서 순천만습지가 세상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1996년 전문가들에 의한 생태조사가 이루어지고, 지역민과 시민단체, 순천시가 순천만의 지속가능한 보전과 이용에 관한 노력에 뜻을 모으면서, 람사르 습지도시 인증,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등 순천만이 세계적인 생태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푸른 심장>을 통해 순천의 역사와 함께, 인간과 동물,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이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자리가 되길 희망한다. (2019년 제7회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