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떠난 이들을 기다리는 가족들과, 도시의 어둠 속에 방황하며 고향으로 가지 못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 인도 수피파 시인들이 이별의 아픔을 노래하는 시 비르하의 형식을 취한 이 영화는 아름다워서 더욱 비참한 현실을 노래한다. (2018년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인도에는 도시로 돈 벌러 나간 후 생사를 알 수 없는 많은 청년들이 있고, 그런 그들을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다. 영화는 집을 떠난 후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이들과 그들을 기다리는 가족들의 애환을 담는다. 원제목 <비르하>에서 연상할 수 있듯이, 영화는 이별의 아픔을 담는 인도 장르 시를 영화의 언어로 담고 있다. 영화는 실종자들이 사라진 것처럼, 명료한 서사도 사라졌다. 영화는 이들의 사연을 캐기보다 이들의 부재를 화면 가득히 담아내고 있다. 기다리는 이들의 마음, 떠나는 자들의 마음, 보내야 하는 자들의 마음, 영화는 좀체 드러나지 않지만 존재하는 마음을 시적 정서로 가득 메운다. 후반부에 이르러 마치 보르헤스의 작품처럼, 죽은 자와 실종자의 시선으로 영화를 풀고 있다. 혼령의 시선이 기입된 영화는 공기, 사물, 바람과 빛, 작은 움직임조차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아련하고도 몽환적이다. (2018년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이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