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보러 가는 길, 버스 타고 출근을 하고 걸어서 퇴근을 하고,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는,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하는 사람들. 그들을 통해 ‘우리는 왜 이동하는가?’라는 질문에 무엇을 대답할 수 있을까. (2018년 제20회 부산독립영화제)
손태훈 감독의 다큐멘터리 〈이동〉은 독특한 구성을 보인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는 등장하지 않는 채 인터뷰이의 전화 목소리와 도시 이미지만이 화면을 채운다. 여기에는 인터뷰어였을 감독의 목소리도 나타나지 않는다. 손태훈은 그의 지인으로 들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도시 곳곳으로 이동시킨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2, 30대 청년들로서 모두 밥벌이의 고단함과 현실의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현실의 피로와 체념, 불안이 실려있다. 그런 목소리들이 도시 이미지와 겹치면서 도시는 목소리가 흘러 다니는 장소가 된다. 얼굴 없는 목소리는 도시로부터 자신의 얼굴을 발견한다. 그것은 우리에게 도시와 목소리의 형태를 다시 상상하게 한다. 도시는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이루어진 장소가 아니라 삶으로 구성되어 삶이 흘러 다니는 장소로서 환기된다. 청년들의 고단한 삶은 한낮의 온기와 밤과 새벽의 냉기에 실려 벽과 철근, 유리와 바퀴들 곳곳에 묻어난다. <이동>은 삶과 공간이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 고민하는 작품이다.
(2019년 제3회 부산인터시티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