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2012년 타계한 마스셀 아눙은 카예 뒤 시네마와 레프트뱅크의 젊은 동료로서 현장에 등장했다. 실제로 아눙의 〈하나의 단순한 역사〉는 1959년 칸 영화제에서 〈네 멋대로 해라〉와 〈400번의 구타〉와 함께 공개된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의 경력이 표면적으로는 고다르의 그것과 닮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눙은 자신만의 독립적인 영역에서 굳건한 마음가짐으로 더 빨리 나아갔다. 그는 겸손한 방식으로 대담한 작품을 만들었고 처음부터 다소 공격적으로 보일 정도로 기존의 관습을 따르지 않는 형식주의를 추구했다. 이후 뉴욕영화제에서 그의 작품이 공개되었을 당시 조너선 로젠봄은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주제에 대한 브레송적 접근”이라 칭송했으며, ‘영화의 실천Theory of film practice’-거의 대부분의 작품이 서사 중심으로 제작되었던 여전히 이야기를 파괴할 만큼은 아니었던 전후 유럽의 모더니스트 시네마를 다룬 핵심적 저작-을 쓴 노엘 버치를 사로 잡기도 했다.(노엘 버치는 1959년 한 영화잡지의 기고문에 “아눙의 작품은 가장 나중에 잉태된 예술인 영화가 현대 회화나 음악에 필적할 만한 규범과 추상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으며 이런 점에서 음악가 베베른의 혁명에 비유할 수도 있다”고 썼다.) 아눙의 ‘4계절 연작’-〈여름〉(1968), 〈겨울〉(1969), 〈겨울〉(1969) 그리고 〈봄〉(1972)-은 영화 제작이 사유 자체를 위한 적절한 은유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다채롭고 완성도 높으면서도 한결같이 매혹적인 모색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겨울〉과 〈봄〉이 특히 뛰어나다.) 또한 노골적으로 성을 묘사하면서도 의도적으로 가볍게 만든 작품인 〈응시〉(1977)도 있는데, 존 지안비토가 말하길 이 영화는 섹스에 관한 영화가 되려고 노력하지만 “에로틱하거나 포르노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대신에 아마도 지금까지 만들어진적 없는 가장 둔감하고 자기 의식적인 형이상학적 포르노다. 하지만 그가 남긴 작품 중 가장 강렬하며 감성적인 측면을 가장 잘 표현한 영화는 〈10월의 마드리드〉다. 아눙이 “3000미터 길이의 필름과 빌려온 카메라"의 부차적 결과물이라고 보이스오버에서 기술한 것처럼, 이 작품은 근본적으로 산업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영화의 현실 앞에서, 실패한 영화제작의 대한 급진적이면서도 개인적인 기록으로, 예술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마주하는 무수한 무절제와 잃어버린 기회를 감동적으로 포착한다. 다이어리 필름, 트래블로그, 영화가 될 수 있었던 파편을 필름으로 만든 16mm 모자이크, 이 모든 것이 〈10월의 마드리드〉다. 메타영화에 관한 아눙의 광기와 집착을 기꺼이 느끼고자 한다면, 영화는 한결같이 아름답고 자유롭게 구성된 이미지들로 당신을 자극하는 몰입의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이 영화의 오프닝에서 아눙은 앤디 워홀의 〈스크린 테스트〉 혹은 그 속의 에디 세드윅의 초상을 연상시키는 꽉찬 클로즈 업으로, 화장을 하고 전화를 받는 여성의 롱 테이크를 카메라에 담으며 자신의 미학적 관심과 전략을 확립한다. 이어 아눙은 그가 마드리드에 온 이유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한다. 이유인 즉, “상업적인 짧은 단편"을 만들기 위한 열정없는 촬영 스케쥴이 다행스럽게도 스페인의 수도에 자신이 도착하자 마자 취소되었다는 것이다. 아눙은 이어 카르멘이라는 이름의 낭비벽있는 여성의 초상을 다룬 다른 프로젝트를 맡게 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여배우 역시 중도하차한다. 무기력에 빠진 그는 길거리에서 새로운 스타를 찾아 나선다. 그는 만약 정말 존재했다면, 일종의 원시적 형태의 힙스터였을 ‘반돌레로스 집단’을 촬영하기 위해 멈추고, 공원에서 산책하는 사람들을 관찰하다가 영화제작자 루이스 가르시아 베를랑가의 집을 방문하게된다. 특히 이 장면은 목소리나 이미지가 마치 서로 멀리 떠돌아다니는 것 처럼, 동조화 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유하는 놀라움을 준다. 이어 아눙은 의무감으로 댄스 파티에 가거나, 1964년 앤서니 만이 <로마 제국의 멸망>의 제작에 사용하고 남은 거대한 세트를 둘러보기도 한다. 아눙은 자신의 조수이자 영적 안내자인 나디아라는 젊은 여성과의 인터뷰를 포함해 앞으로 촬영할 영화를 위해 배우와 예비 촬영 팀의 일원을 만난다. 그녀는 “나는 이 영화가 선형적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생각의 과정이 영호가 되는 것 처럼 동시적이다”라고 말하며 아눙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이러한 개념은 아눙의 사상가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그의 계절 연작 중 혼란스런 내면을 상징화하려는 사소한 직접적 장애물을 갖고 있는 <겨울>과 <가을>에서 미셸 론스데일의 수심어린 영화감독처럼, 아눙에게 있어 이 두 가지 역할은 좀처럼 구분 되는 것은 아닌) 아눙은 “우리는 아직 영화 속에서 자기 성찰 할 수 없다.”라고 어느 순간 선언하고, 그의 영화제작은 바로 여기에 가능성을 찾아가려는 과정속에 형태를 발견하고자 했다. 아눙의 영화는 인식론적 야망으로 가득차 있지만, 그의 최고의 영화들은 이러한 충동이 솔직하게 개인적인 이야기와 맞물리는 순간에 빛을 발한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난해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힘들지도 모르는 내용에 활기를 더하는 것이다. 장소와 사람들의 풍부한 기록이 함께 수반됨으로서 주관성과 사유의 복잡성을 말하는 〈10월의 마드리드〉가 바로 그러한 예이다. 비록 아눙이 영화제작이 실천과 마찬가지로 그의 경력의 대부분을 심적 수행과 정신적 불안으로 보냈지만, 〈10월의 마드리드〉는 특히 정신적인 것의 바깥에서의 삶의 흔적들로 가득차 있다. "영화를 만들 수 없는 사람에 관한 영화를 만드는 영화"로 가장 잘 묘사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여전히 장난기 어린 자기반성 속에서 실재와 인간을 다루고 있다. 〈10월의 마드리드〉는 실패의 느낌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주옥같은 작품이다. (댄 설리번)
(2019년 제16회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출연진

로딩 중...

첫 번째 관람평을 작성해보세요 🎬

🎬 10월의 마드리드 어떠셨나요?

0/800자
👤 드리프트가 현란한 구구

🎬 함께 본 영화
로딩 중...
🎭 비슷한 장르 인기작
로딩 중...
👥 이 영화의 감독 작품
로딩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