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살고 있던 동네가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섬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섬이었던 동네의 형상을 상상하는 일은 육지 위에 서 있으면서 물 위에 떠 있는 감각을 동시에 작동시키는 것처럼 어지러운 체험이었다. 이곳뿐 아니라 도시의 지형지물은 질주하듯 변화하고, 이는 매번 무언가가 매몰되고 솟아오르는 과정이어서 마치 무수한 시간이 소화되지 못한 채 중첩된 것처럼 느껴진다. 뒤섞인 시간 속에서, 세상은 소멸된 령(靈)들이 남긴 잔상과 잔음으로 가득 찬 뿌옇고 흐릿한 실체를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