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남이라는 도시에서 태어나 줄곧 이곳에서 자랐다. 거리를 걸으면 흩어져있는 나의 기억과 영화가 떠오른다. 요즘 들어 이 거리와 나의 기억들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변화하는 이미지 위에 몸이 좋지 않은 나의 어머니가 떠오른다. (2020년 제24회 인디포럼)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지만 절대로 답을 알 수 없는 것, 쉴 새 없이 말을 걸어도 결코 대답을 들을 수 없는 것. 가족과 기억, 그리고 사라지는 공간들. <에필로그: 당신에 대하여>는 부재로서 존재하거나 곧 부재하고야 말 존재들의 흔적을 훑으며 지치지 않고 계속 소통을 시도한다. 아버지의 유품인 6미리 카메라를 들고, 유년시절의 골목들, 아버지가 머물렀던 강가 등을 기록하며 담아낸 이 애도의 일기는 남아있는 가족의 현재를 재현한 픽션으로 담담히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갈 곳을 모르고 유령처럼 맴돌던 1부의 편지가 결국 ‘나’(동민)에게 당도하고, 수신인을 바꾼 편지가 답장이 되는 순간 우리는 영화 내내 드리워져 있던 생의 짙은 그림자를 느끼게 된다. 기억의 끝에서, 삶의 한 챕터를 끝내는 에필로그인 이 영화가 새로운 시작으로 피어날 수 있기를. 물 한잔, 목을 축이며, 계속 이어가기를. (2020년 제24회 인디포럼/ 임오정(영화감독))
연출의도
집에서 오래된 캠코더 하나를 발견했다. 테이프 속 아버지는 엄마와 나 그리고 동생을 찍고 있었다. 아버지가 내게 남긴 편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일한 유품인 6mm 캠코더로 편지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영화는 어머니의 사진으로 시작한다. 나의 목소리를 빌려 발화되는 어머니의 기억은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른다. 개인의, 아주, 사적인 기록과 함께 성남의 공간이 만나 당신에 대한 어떤 증언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