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궁이 위에 올려진 그릇에 금이 가던 때를 틈타, 부엌을 지키던 조는 부엌을 벗어나길 시도한다. 그는 자신을 모셨던 김모에게서 엿들은 분신술을 이용해 자신의 분신들을 만든다. 그리고 그는 이들의 몸을 빌려 가상의 세계를 유영한다. (2020년 제20회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제작노트
이 작품은 여성의 역할에 대한 한국사회의 통념을 의문시하면서 시작되었다. 나는 그런 통념이 지속되는 이유가 궁금했고 이를 한국의 민간신앙인 아궁이 여신의 일화에서 찾아보려고 했다. 조왕신으로도 불리는 아궁이 여신은 부엌의 아궁이에서 기거하며 집안의 길흉화복을 담당한다고 전해진다. 민간신앙에 따르면, 부엌에 있는 조왕신을 모시며 집안의 불씨를 꺼지지 않게 지키는 것은 여자의 몫이었다. 나는 이러한 믿음이 여성의 활동범위를 대문과 멀리 떨어진 부엌으로 한정시키는 데에 일조했다고 판단했다. 작품은 이러한 믿음을 전복하는 서사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