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사는 딸 정연의 생일을 챙기러 온 명희는 하루 종일 혼자 분주하다. (2020년 제22회 부산독립영화제)
부재의 공간을 떠도는, 대리자 역할의 주인공을 뒤쫓는 영화가 한때 부산독립영화계의 중요한 흐름이었다. 그러다 나타나기 시작한 여성 감독들은 지금, 여기에 주목하고 여성으로서 그들의 자의식을 영화의 주요 자양분으로 삼았다. 젊어진, 해변의 그들에게 주어진 계절은 당연히 여름이었다. 또 다른 여성 감독에 의한, 한여름, 여성들만 등장하는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Summer date’이지만 한글 제목은 <계절의 끝>이고, 해변 대신 비탈의 골목과 작은 주택으로 배경을 옮겼다. 젊은 여성들 대신 중년의 딸 집에 노년의 어머니가 하룻밤 머무는 한여름의 데이트는 특별한 사건 없이 지나간다. 평화로운 화면을 북 찢고 들어올 것 같은 음험한 남성들의 서사는 그네들의 금줄 앞에 맥을 추지 못한다. 그러나 짧은 만남의 계절은 곧 끝나고 긴 부재의 시간을 견디는 것도 그들의 몫이다. 잔잔하고 개연성 있는 서사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 한여름 비탈 마을의 골목과 그림자, 매미 소리를 담아낸 카메라는 농밀한 여름처럼 단단하다. (2020년 제22회 부산독립영화제/ 이상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