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여행과 이주에서 필수적인 비장소 공항 풍경에서 시작한다. 기내 방송에 이어 출구까지의 긴 무빙워크의 길을 거쳐 감독은 중국 집을 방문한다. 짧은 8일 간의 집 방문 동안 타국에서 내내 그리워하던 마음과 달리 딱히 할 일이 없다. 첫날 천안문 앞 잠시 관광객 놀이를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감독은 가족과 밥 먹고, TV 보고, 친지를 방문해 매해 매번 같은 질문에 같은 답을 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나누는 대화도 잠시 반가움을 지나 곧 겉돌 뿐이다. 영화는 8일간의 일과를 영상으로 기록하면서 사건보다는 체감하는 시간을 담는다. 해외에 거주지를 둔 젊은 세대에게 본국의 “집”은 그리움의 대상이지만 막상 이곳에 돌아오면 그들은 할 일이 없는 무위도식자가 된다. 거주자도 여행자도 아닌 채, 일상적이지만 비일상적인 나의 집이자 더 이상 나의 집이 아닌, 안락하지만 어딘가 불편하고, 속해 있지만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는 고립된 섬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주는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시작하는 순간부터 경계에 선 채 부유하게 된다. 여기와 저기, 이곳과 저곳에 서서 이주자는 늘 발 딛고 있는 여기서 발을 뗀 저기를 바라본다. 더 이상 두 발을 한곳에 두지 못하는 디아스포라의 삶에 들어서고 만 것이다. 그나마 이곳에서는 저곳을, 저곳에서는 이곳을 그리워할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할까? 아님 이곳도, 저곳도 속하지 않아서 공허하다고 할까? 정주와 부유 사이의 이 감정 또한 경계에 선 감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의 마지막, 붉은 텍스트 “HOME”과 그 앞 재활용의 행위는 의미심장한 웃픈 장면이다.
(2022년 제10회 디아스포라영화제/ 이승민)
줄거리
출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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