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우샤오셴 감독의 오랜 시나리오 작가 주천문의 연출 데뷔작. 문학에 조예가 깊은 주 가문은 3대에 걸쳐 일곱 명의 작가를 배출했다. 이들은 모두 걸작을 집필한 영향력 있는 작가들이다. 주천문 감독의 <미완의 꿈>은 딸들의 시선으로 이들 부모 세대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들은 일기장 한 권과 120여 통의 편지를 발견하는데, 이는 대만의 역사를 살아온 문인 가족의 여정을 기록한 귀중한 자료다. (2021년 제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주천문은 허우샤오셴, 에드워드 양 등과 함께 대만 뉴웨이브를 추동한 시나리오 작가다. 하지만 그 이전에 대만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유명한 문학가 집안의 일원인바, 어머니 류무사와 아버지 주시닝에 관한 다큐멘터리 <미완의 꿈>을 연출했다. 그런데 어딘가 역시 허우샤오셴의 작품들이 연상된다. 아니, 오히려 허우샤오셴의 작품들이 그의 가족사를 반영했다고 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하카 출신의 내성인 류무사의 삶이 <비정성시>(1989)를 비롯한 주천문의 시나리오들에 녹아 있고, 심지어 그의 고향 집은 <동동의 여름방학>(1984)부터 옴니버스 프로젝트 <10+10>(2011)에 포함된 단편 <황금지현>까지 영화의 배경으로도 왕왕 쓰였기 때문이다. 한편, 1949년 국민당군으로 입성한 외성인 주시닝의 삶은 작품 세계에 방점이 찍히는데, 노벨문학상 수상자 모옌을 필두로 쑤웨이전, 우허, 아청 등 중어 문학의 거장들이 등장하여 주시닝을 기린다. 그중에서도 영화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완성되지 못한 주시닝의 유작 <후아타이핑의 가족사>다. 1988년 대륙의 가족 방문이 허용된 뒤 고향에 다녀온 주시닝은 “황하의 옛 물길”이 흐르는 그곳을 배경으로 이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10년 가까운 집필 기간 동안 류무사는 주시닝과 함께하지 못했고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이를 비통해했다고 한다. ‘미완의 꿈’이라는 제목의 의미를 가늠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2021년 제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이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