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를 멘 민철이 산에 올라가고, 현진은 헉헉대며 그와 발을 맞춘다. (2021년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민철(김우택)과 현진(곽민규)은 한때 사귀는 사이였지만, 지금은 ‘남남’이다. 이들이 예전에 함께 찾았던 산을 다시 오르게 됐다. 현진은 민철과의 관계를 회복하려 하고 민철은 저자세인 현진에게 무언가를 자꾸 요구한다. 그중 하나가 이 산에 묻었던 캡슐을 찾는 일이다. 캡슐에 담긴 내용물의 정체는 모르겠다. 사이가 좋았던 시절의 뭔가가 여기에 들어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남남>의 화면비는 1.37:1, 그러니까 캡슐을 연상하게 한다. 이 영화에 담긴 내용이 바로 캡슐에 담긴 그 무엇이 아닐까. 산에 오르는 내내 이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관계를 회복하는 듯, 서로를 원망하는 듯, 가감 없는 연애의 풍경을 펼쳐 보인다. 사랑했던 두 사람 사이의 희로애락 그 자체다. 하지만 지나면 창에 낀 성에처럼 희미하게 남을 그 기억. 현진과 헤어져 홀로 내려오던 민철이 서 있는 곳은 누군가의 ‘무덤’이다. 오늘 다시 ‘남남’이 된 현진과의 재회는 기억의 캡슐에 묻혀 훗날 다시 찾게 될지도 모르겠다. (2021년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허남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