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이민자 진희는 뉴욕주 시라큐스의 한식당에서 일하고 있다. 진희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모호한 꿈과 현실의 사이를 떠돌며 그저 주어진 하루하루를 성실히 버텨낸다. 겨울이 시작된 어느 날, 진희는 자신을 따라다니는 고양이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아무도 본 적 없는 고양이를 기다리며 삶의 생기를 띤다. (2021년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윤다희 감독의 <겨울 애도>가 시작되면 눈이 내린 겨울 숲을 흑백화면으로 보게 된다. 화면이 컬러로 전환되면, 꿈결 같던 도입부의 반대편에 있는 현실이 드러난다. 미국 시러큐스의 한인 식당에서 일하는 진희(구자은)는 어느 날 고양이 소리를 듣는다. 모습이 보이지 않고 소리만으로 존재하는 타자로 따지자면 진희네 옆집의 시끄러운 이웃도 있다. 식당 화장실에 뚫린 작은 구멍, 불법 촬영을 하다 걸린 한인에 대한 뉴스, 응대를 기대하고 계속 말을 거는 우버 운전사 등 진희를 둘러싼 온갖 소음은 도무지 잦아들지 않을 듯하다. 그럼에도 무언가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눈, 물, 나무로 이루어진 현실 바깥의 공간이 지닌 평온함으로 진희를 이끄는 것은 고양이일까, 겨울이라는 시간일까. 적막한 듯 선이 대담한 겨울의 풍경을 근사하게 담아냈다. (2021년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이다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