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권순현
러닝타임 39분 국가 한국 평점 10 조회수 오늘 1명, 총 10명
줄거리
내게 촛불은 매혹이었다. 세상에 마침내 종말이 찾아온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상상했다. 광장의 사람들은 웃고 울고 소리쳤다. 내 손 안의 작은 열기 덕분에 종말 이후 찾아올 새로운 세상을 상상할 수 있었다. 일렁이는 불꽃에 매혹당하여, 나는 촛불을 들 여유가 없는 사람들을, 광장을 갖지 못한 사람들을 떠올리지 않았다. (2021년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연출의도
이 영화는 내가 촬영하지 않은 세 사람에 대한 기록이다. 세 사람은 지난 20년간 한국 사회에서 반복된 세 번의 촛불집회에서 각각의 실패를 겪었다. 그 누구보다도 촛불의 힘을 믿었던 이들은 어느 순간 침묵과 증발을 택했다. 나의 좌절과 실패 역시, 그들의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현실의 종말은 내가 2016년 겨울에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종말은 시끄럽지도, 뜨겁지도 않았다. 표정을 가린 사람들과 차가운 침묵 속에 종말은 찾아왔다. 설령 촛불이, 촛불이 보여 준 종말이 단순한 매혹이었을지라도. 다시금 거짓된 종말을 복기하고 꿈꾸는 일은, 이미 찾아온 지금의 종말에 대한 작은 저항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끝없이 상상하고, 필사적으로 기억하는 일.
리뷰
그해 촛불로 가득 찬 광장에서, 정의와 변화를 외치는 인파 속에서 감독은 종말을 떠올렸다. 이만하면 나쁘지 않은 끝이라 되뇌며 미래를 가늠했지만, 촛불이 꺼진 자리에는 “말끔한 이야기”가 되지 않을 단어들만 뒹굴었다. 무력감과 의심을 떨쳐낼 수 없는 감독은 각기 다른 시기에 촛불을 들었던 세 인물을 찾아간다. 그들을 카메라 앞에 세우는 방식은 불가능하거나 유효하지 않기에, 그들의 말과 말 사이로 들어가서 다시 말하기를 선택한다. <농몽>은 촛불이라는 상징에 기대어 민주주의 운동을 맥락화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역사’라는 중심부에서 늘 탈락하고 마는 잔여에 집중하는 과정이다. 감독까지 총 네 사람의 언어가 한 목소리로 섞이는 동안, 영화에는 자연스레 시대 또는 세대 차이가 드러나고 의도와 조건 역시 구별된다. 다만 차이보다 두드러지는 것은 여전히 바뀌지 않고 계속되는 무언가다. 그것은 종종 “불안, 환멸, 열패감”으로 돌아오지만, 아주 가끔은 기억하고 약속할 이유로 남는다. (2021년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차한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