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이 넘는 기간 동안 촬영된 <외침과 속삭임>은 그 자체로 여성 저항의 정치적 성명서로 자리매김한다. 중국과 홍콩 사회의 노동자, 예술가, 지식인, 투사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치열한 독립 투쟁을 조명한다. (2021년 제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중국의 사회 활동가 정금연이 가택 연금 상태에서 비디오 일기를 써 내려간다. 카메라, 집 안 창문, 디지털 기기 화면만이 그에게 허락된 유일한 프레임이다. 거구의 사내들이 집 밖을 지키는 동안 정금연은 중국에서 여성, 페미니스트, 다큐멘터리스트, 사회학자, 활동가, 엄마, 아내로 살기 위해 맞서야 하는 억압을 첨예하게 사유한다.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 8년간 촬영된 <외침과 속삭임>은 공동 감독이자 화자인 정금연의 자전적 에피소드와 더불어 자신의 얼굴을 면도칼로 긋는 행위 예술가, 공장을 상대로 파업 운동을 벌이는 노동자 등 투쟁에 몸을 던진 여성들의 얼굴을 이어 붙인다. 여성들의 저항은 저마다의 위치에서 매번 새롭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태어나고 있다. 다큐멘터리 <외침과 속삭임>은 그 집요한 에너지와 격렬함, 이면의 외로움을 잊지 않고 기록하려는 움직임이다. 수시로 달라지는 촬영 기기와 카메라맨,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서로 다른 푸티지들을 그대로 노출하는데, 이 혼란과 무질서야말로 권력 기관의 통제 속에서 촬영 자체가 쉽지 않은 중국과 홍콩의 현재를 방증해 보인다. 투박한 이음새마다 삽입된 3D 애니메이션은 등장인물들의 이미지를 한데 포개어 두면서 연대의 염원 또한 밝힌다. 내밀한 개인의 사정과 들끓는 집단적 비명을 오가다 보면, 풍경은 어느새 타국의 열악한 정치적 실태를 넘어 지금 우리가 처한 고난으로 환원된다. (2021년 제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 김소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