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빈의 시인이자 만화가 스테파니 사르그나겔은 작품을 통해 컬트적 명성을 얻는다. 프로듀서 토마스 그라처와 감독 미카엘 오스트로브스키는 그의 일생이 전기 영화로 만들기에 훌륭한 소재라고 생각한다. 사르그나겔은 모든 사람을 파멸의 벼랑으로 몰고 간다. 이 영화는 결국 실패로 돌아가는 것일까, 아니면 이마저도 영화 제작의 한 부분인 것일까? (2021년 제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스테파니 사르그나겔은 광적인 팬들을 이끄는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작가이자 만화가다. 과거 콜센터 직원으로 일한 경력이 있으며 빨간 베레모를 비스듬히 눌러 쓴 모습이 그를 상징하는 이미지다. 영화는 스테파니 사르그나겔이 쓴 저서를 바탕으로 영화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스테파니 역의 배우 힐데 달릭은 실제 인물과는 전혀 닮지 않았다. 다만 그는 빨간 모자를 썼을 뿐이다. 촬영 팀과 음향 팀은 리서치 작업의 일환으로 실제 스테파니를 따라다니며 그의 일상을 취재하고 주변인을 인터뷰한다. 이런 방식으로 두 명의 스테파니는 작품 속에서 나란히 공존한다. 배우 겸 연출을 맡은 미카엘 오스트로브스키는 스테파니를 촬영한 영상 소스를 보며 관객이 흥미로워할 만한 요소들을 채집해 이를 극화할 방안을 고민한다. 실제 작가가 출연하지만, 영화는 이것을 ‘진짜’ 다큐멘터리처럼 보여 줄 의도가 없다. 카메라를 향한 인물들의 잦은 눈 맞춤과 카메라 뒤 제작진의 노출과 같은 다큐멘터리적인 요소는 오히려 이것이 픽션임을 더욱 강조한다. 촬영 중인 영상을 다큐멘터리라고 말하든, 픽션의 일부라고 정의하든 스테파니는 자기 자신을 연기한다.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관계에 관한 질문이 감지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방식이든 그것을 가르는 기준으로서의 ‘진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2021년 제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김소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