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성〉(2018) 은 두 이질적 요소를 중첩시킨다. 하나는 우리 눈에 새로운 별의 탄생처럼 보이지만 사실 별의 죽음에서 비롯한 대폭발을 지칭하는 우주과학적 현상 ‘초신성’이고, 다른 하나는 다자간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오해나 과잉 해석이라는 인식 현상이다. 이 작품은 확장과 수축을 반복하는 거대한 초신성의 파장, 그리고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장의 발화와 신체의 움직임을 반복해서 교차시킨다. 영상에 등장하는 흥미로운 문장 “날쌘 갈색 여우가 게으른 개를 뛰어넘는다(The quick brown fox jumps over the lazy dog)”는 영어문화권 출신자에게는 익숙하지만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다. 이 표현은 26개의 영어 알파벳 전체를 한 문장 안에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 타자기나 현재 컴퓨터 키보드의 성능을 점검할 때 혹은 새로운 글씨체를 설치할 때 자주 쓰이는 별 의미 없는 문장이다. 이 평범한 문장은, 미국과 소련이 서로간의 오해를 최소화해 우발적인 전쟁을 방지하고자 1963년 핫 라인을 개통한 날 미국이 소련에게 보냈던 메시지의 첫 문장이기도 하다. 이 문장 뒤로 이어지는 아리송한 문구에 당황한 소련은 그 이면에 숨겨져 있을지 모르는 정치적, 군사적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 암호 해독가들을 기용했다고 전해진다.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에서도 비슷한 일화가 있었다. 음소거된 채 방송된 남북 정상의 보도다리 회담은 연일 화제였으며, 독순술 전문가까지 나서서 그 대화 내용을 유추하고자 애썼다. 이를 통해 작가는 미지의 대상을 탐구하려는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강한지 조명한다. 우주의 근원을 파헤치려는 갈망으로 어떻게든 닿아 보려는 저 멀리 초신성이라는 미궁처럼, 작가는 한국인에게 북한이라는 존재 자체가 우주처럼 극히 제한된 경로로만 접근할 수 있는 미지의 영역이라고 암시한다. 초신성, 그리고 두 적대적 관계 사이에 흐르는 핫라인 상의 목소리 및 제스처가 포개지면서, 알지 못하는 대상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한 오해와 과잉 해석을 대치 상황에서의 소통 불가능성으로 은유한다.
(2022년 제19회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줄거리
출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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