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철값이 폭락한 어느 때, 고물상 사장은 파지의 무게라도 불려서 압축장에 팔아보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트럭을 운전하는 청년이 파지를 싣고 고물상을 찾아온다. 고물상 사장은 청년에게 파지 값을 속이고 낮은 금액을 준다. 그럼에도 청년은 성실하게 파지를 주워 나른다. 그런데 청년이 방문할 때마다 파지의 양은 줄고 무게는 늘어만 가는데... (2023년 제25회 정동진독립영화제)
연출의도 쓸모없어지면 버려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고물상이라는 곳은 그렇게 버려지는 것들을 받아주고 되파는 장소입니다. 구실을 하지 못하면 쓸모없어진다는 두려움이 있는 분들에게 쓸모없어 보이더라도 괜찮지는 않을까라는 질문을 드려보고 싶습니다. 그 방법이 쪼잔하고 거칠더라도.
<파지>의 러닝타임은 15분으로 단편 영화 중에서도 비교적 짧은 편이다. 게다가 등장인물도 적은 편이고 이야기의 무대도 작은 고물상으로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이 `작은 영화` 안에는 인간들의 희노애락부터 한국 사회의 모순과 병폐까지 빠짐 없이 가득 담겨 있다. 가슴 아픈 공감의 한숨과 유쾌한 웃음, 씁쓸한 분노를 돌아가며 느끼다보면 영화가 끝난 뒤에는 한마디 말로 쉽게 정리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한꺼번에 찾아 올 것이다. 게다가 감독은 몇몇 장면에서 4채널 CCTV 화면을 재치 있게 활용해 시각적으로도 밀도 높은 독특한 미장센을 만들었다. `단편 영화의 힘`을 논할 때 가장 최근의 사례로 들고 싶은 작품이다. (제24회 대구단편영화제 예심위원 김보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