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원히 버릴 수 없는 것들이 있어요. - 할 수 ‘있는’ 거랑 하고 ‘싶은’ 건 다르잖아요. - 매미가 되면?
빈 굴에 이사를 온듯한 매미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과거에 의미 있었던 꿈과 미련, 현재 삶에서 선택할 수 있는 일들과 한계, 그리하여 본인이 내린 결정을 세 장면에 걸쳐 이야기한다.
(2023년 제19회 서울인디애니페스트)
감독의 말
2017년 여름, 길을 걷다가 우화하지 못하고 죽은 매미 애벌레를 보았습니다. 투명해야 할 껍질 안에 매미의 몸이 된 애벌레가 갇힌 채 개미들의 먹이가 되고 있었습니다. 막연하게 애벌레 시절을 땅속에서 보내고 여름 한 철 살다 죽는 곤충으로만 알고 있었던 매미도 어쩌면 우리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은 시련을 겪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정상적으로 우화하지 못한 매미는 어쩌면 정신적·신체적·사회적 나이를 일치시키지 못하는 우리 모습과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구겨진 날개를 가지고도 살아가는 매미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우리가 일그러진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비정상이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무의식적 사건들에 의해 우리는 물리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영향받고 변화합니다.아마 구겨진 날개를 가진 매미도 나름의 방법으로 살아남았을 겁니다. 완벽한 어른이 되지못한 우리처럼. 매미들의 ‘사소한 이유로 좌절된 성공적인 삶’은 끝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 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