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SF, 다큐멘터리 감독 구파수 륜호이
러닝타임 67분 국가 한국 평점 10 조회수 오늘 1명, 총 13명
줄거리
2046년 일명 ‘구원’이라는 이름의 AI가 인류의 종말을 감지한다. 이 종말을 막을 수 있는 세력은 일군의 예술가들뿐이다. 저항자라 불리는 그들의 예술적 퍼포먼스만이 어떤 새로운 활동을 만들어 인류를 구할 수 있다. 저항자들이 각종 굴다리, 소리가 공명하는 ‘소리굴다리’들을 찾아 퍼포먼스를 벌인다는 설정은 사실상 기발한 억지이며, 재치 있는 서사적 위장술이자 유인책이다. <소리굴다리>의 매력은 개연성이나 핍진성 혹은 영화의 숙련도나 범주화 정도는 가볍게 무시할 줄 아는 그 당돌한 젠체와 치기, 그리고 홀딱 깨는 뻔뻔함을 전제로 한 문화 게릴라적 유희성에 있다. 이 노골적이고 분방한 유희적 퍼포먼스는 흥건한 난장의 굿판과 근심에 찬 주술적 묵시록을 일거에 성사시킨다. (2023년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정한석)
연출의도
<소리굴다리>는 SF와 다큐멘터리가 결합된 영화로 시골 마을의 한 작은 굴다리를 신호가 공명하는 미래와 연결되는 통로로 상상하면서 시작됩니다. 점점 더 인간의 거의 모든 활동이 데이터로 환원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쉽게 환원될 수 없는 정신적이거나 예술적인 활동은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저장과 축적에 대한 인간의 무한한 욕망과 망각에 대한 공포가 낳은 지금의 문명은 그러나 오직 물질적인 편리만을 추구하는, 냉장고 없이는 존속할 수 없는 문명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문명의 데이터가 집약되어 만들어지고 있는 AI가 인간의 유희적 행위인 예술 활동까지 대신할 것처럼 보이는 지금, 다시금 인간의 정신적 가치와 예술의 의의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간은 돈과 데이터 값으로만 수렴되길 거부하는 창발적인 활동을 하는 정신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소리굴다리>는 물질문명의 끝 지점으로부터 파멸적으로 도래하고 있는 지금의 위기를 상상하고 픽셔널하게 재구성한 SF 다큐멘터리입니다. 언뜻 아이러니하게 보이는 모순적 시도들은 소리굴다리라는 하나의 타임라인 위에서 몽타주로 제시되고 충돌함으로써 질주하는 현재의 잔해들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이렇게 공명하는 소리들은 지금의 문명을 가로질러 밝은 미래를 향해 증폭하는 신호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