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강도 이야기지만, 영화의 핵심은 그들의 탈주 과정을 묘사하는 스타일에 있다. 롤러 스케이트를 탄 강도들은 아크로바틱한 묘기 차원의 스턴트를 보여 주며, 광각 렌즈의 카메라 앵글이 그들의 속도감을 극대화한다. 시각적 스타일이 압도적인 힘을 발휘하는 작품이다.
뤽과 펠리시아는 파리에서 그렇고 그런 삶을 사는 젊은이들이다. 그들은 서로의 처지가 얼마나 지루하고 전망 없는지에 대해서 각자 이야기한다. 두 사람은 희한한 가발과 가면을 뒤집어쓰고 롤러 스케이트를 탄 채 은행에 침입한다. 돈을 터는 데 성공한 그들은 무장 경찰을 따돌리며 파리 시내를 질주한다.
두 사람이 지루한 일상에 대해 독백처럼 말할 때는 텔레비전 인터뷰나 법정에서의 피고인 진술처럼 보이는 느리고 단조로운 영상으로 표현하고, 은행을 턴 뒤 한바탕 탈주극을 벌이는 장면들은 카메라가 롤러 스케이트에 올라탄 듯 속도감 있는 활극처럼 찍은 뒤 이 둘을 번갈아 편집했다. 18분짜리 단편 안에서 내용과 형식의 조화와 차이를 모색한 아이디어가 돋보이고, 별다른 특수효과 없이 단지 롤러 스케이트를 탄 젊은이만으로도 현란한 스펙터클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2001년 제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김소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