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드라마 감독 돈 아스카리안
러닝타임 76분 국가 아르메니아, 독일, 네덜란드 조회수 오늘 1명, 총 13명
줄거리
흑백으로 촬영된 영화는 로테르담과 아르메니아를 넘나들며, 시간 역시 일정한 흐름에 있지 않다. 내러티브 역시 미국 테러리스트와 쿠르드 족의 이야기가 혼재되어 있으며, 형식 또한 곳곳에 추상적인 이미지들이 자리 잡은 실험영화적 스타일에 코믹한 요소가 용해되어 있다.
영화의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나면 허름한 구식 이발관이 보인다. 얼굴 가득 비누 거품을 묻히고 앉아 있는 남자와 그에게 면도를 해주는 이발사. 그 위로 저음의 내레이션이 깔린다. “터키 놈들이 아르메니아인들을 죽이고 있다. 그래서 넌 무얼 하는가?” 이 때 이발사는 난데없이 들고 있던 면도칼로 남자의 목을 베어버린다.1차 세계대전 당시 오스만 제국은 무려 150만 명에 이르는 아르메니아인들을 학살했다. 그래서 아르메니아 사람들은 터키에 대해 여전히 쉽게 풀리지 않는 원한을 품고 있다. 이 영화는 무엇보다도 그처럼 고통에 찬 역사적 곤욕을 치른 땅 아르메니아에 대한 영화다.
영화는 현재 로테르담에 살고 있는 늙은 아르메니아 출신 작가가 오스만 제국의 지배 아래 있던 고국을 회상하는 형식을 취한다. 죽은 터키인들에게서 뭔가를 훔치곤 하던 남자, 죽은 자의 피로 자신의 수염을 붉게 물들이는 노인, 아름다운 열 일곱 살의 소녀, 여덟 명의 아내를 가지고 있는 귀족적인 남자 등 작가의 기억으로부터 빠져 나온 사람들이 과거 아르메니아에서의 삶을 보여주게 된다. 한편 영화는 그 위에 현재 로테르담에서 벌어지는 지극히 현대적인 범죄 스토리를 슬쩍 덮어씌운다.
<올드 로만 로드>에서 묘사되는 과거 아르메니아의 세계는 비극적 역사를 간직한 세계이면서 아련한 노스탤지어를 강렬하게 불러일으키는 세계이며 또한 무언가 신비한 신화적 힘을 지니고 있는 세계이다. 바로 그 세계를 영화는 아무리 폭력적인 장면에서일지라도 초현실주의적인 기운과 시정(詩情)이 넘치는 아주 매혹적인 것으로 그려낸다. (2001년 제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홍성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