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쥐가 득실거리는 어두컴컴한 아파트에 노인이 혼자 살고 있다. 그는 기차 길에서 젊은 여자를 만나고 그녀를 자신의 방으로 데려온다. 침대에 여인의 손을 묶고 이제 막 정사를 벌이려는 순간, 갑자기 그는 여인의 눈을 잔혹하게 뽑아버린다. 이때부터 영화는 잔혹하면서도 폭력적인 세계로 빠져든다. 하지만 그 세계는 현실과 꿈이 명백히 구분되지 않는 초현실의 세계이자 악몽의 세계이다.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쥐>는 기억에서 쉽게 지워지기 힘든 강렬한 인상을 주는 영화다. 음울한 느낌을 자아내는 흑백 화면과 클래식한 음악의 선율, 대사 한마디 없는 인물들의 모호한 행동, 최면에 빠져들게 만드는 카메라의 유동성이 비밀스러운 정신의 영역으로 관객을 안내하기 때문이다. 연쇄살인을 벌이는 노인의 정신세계를 탐구하는 이 영화에서 방구석을 들락거리는 쥐는 지상의 비밀스러운 시선이자, 사건의 증인 혹은 관찰자처럼 보인다. 노인과 여인이 맺는 관계 또한 모호하면서도 신비스럽다. 영화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악한들이며, 여성들은 모두 희생자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여성은 단순한 희생자일 뿐만 아니라 노인의 구원자처럼 보인다. 반복적으로 보이는 어머니의 모습과 어머니의 발을 물로 씻는 행위가 신비스러운 느낌을 자아내고 있고, 이로 인해 잔혹한 인물들의 행동과는 달리 이미지는 기묘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외견상 심리학적인 스릴러나 연쇄 살인극처럼 보이지만 이 영화가 실은 데이비드 린치의 <이레이저 헤드>와 같은 판타스틱한 실험 영화처럼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2001년 제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김성욱)
출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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