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바란은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국경에 위치한 조그마한 마을이다. 델바란 도로 근처에는 칸이라는 늙은 노인이 운영하는 커피숍 자동차 수리소가 있는데 14세 아프가니스탄 난민 소년 카임은 그곳에서 일하고 있다. 힘들고 거친 일이지만 전쟁을 겪은 칸에게는 수리소에서 일하는 것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인데...
이란과 일본의 합작 형태로 제작된 <델바란>은 아프간 국경 근처의 이란 마을 델바란을 무대로 어른들 틈에서 일찍 생존의 규칙을 체득한 아프간 소년 카임의 삶을 보여 준다. 그는 국경 근처에서 트럭 운전사들을 상대로 먹을것과 마실것을 파는 칸 부부의 시중을 들고 있지만 어떤 험한 꼴을 겪더라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이미 고국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겪어 봤기 때문이다. 생활의 대부분을 고통스럽게 이어 가는 카임은 아주 가끔 주위 사람들을 통해 가족애 비슷한 것을 느끼지만 그게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원하지 않는 가운데 너무 성숙해 버린 소년의 모습을 통해 <델바란>은 삶과 역사의 격랑을 헤쳐 나가는 인간의 모습이 얼마나 숭고한 것인지를 보여 준다. 카임은 먹고 살기 위해 거칠고 황량한 아프간 국경 근처의 길 위를 걷고 뛰거나 차로 이동한다. 그 이동의 이미지 속에 자연스레 지금 이 순간에 많은 사람이 겪고 있을 아프간 지역의 고통이 생생하게 화면에 새겨지는 것이다. <델바란>은 이미지와 이야기가 서로 자연스레 삼투하면서 아직도 카메라가 닿지 않은 세계의 이면을 비추는 인상적인 거울이다. (김영진-2001년 6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