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월 미술비평가 하리우 이치로는 얼마 남지 않은 여생 동안 마지막 여행에 나선다. 패전 후 비평가로서 부딪쳐 온 일본의 상황을 다시 더듬어보기 위해, 예전의 친구와 젊은 사상가들을 찾아가는 고통스러운 여행을 계속한다.
비슷한 무렵, 1973년 팔레스티나에서 태어난 시게노부 메이도 여행을 시작한다. 메이의 모친은 일찍이 전 세계를 뒤흔든 일본 적군의 리더인 시게노부 후사코. 아버지는 팔레스티나 민족해방운동의 투사로, 투쟁하던 와중에 암살되었다. 그녀는 태어나서 자란 레바논을 떠나 어머니의 나라, 일본에 왔다. 그리고 아랍과 일본으로 분열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여행을 시작했다.
다른 한편에는 현대 일본의 ‘전쟁기록화’를 묵묵히 그려 온 사내가 있다. 그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전쟁과 죽음’의 그림을 그리면서 패전 후 일본 본연의 모습을 집요하게 묻고 있다.
그리고 2001년 9월 11일, 미국에 동시다발테러가 발생했다. 9.11을 계기로 그들의 여행이 가속화된다. 9월 11일의 뉴욕의 푸른 하늘과 1945년 8월 15일 무조건 항복을 한 날 일본이 체험한 푸른 하늘은 기묘하게 닮았다. 이 닮은 풍경이 그들로 하여금 멀리 떨어진 시공을 가로지르는 어둠 속을 기묘한 백일몽과 함께 헤매게 한다.
어느 사이엔가 하리우 이치로와 시게노부 메이는 이끌리듯이 한반도로 발길을 돌린다. 거기에는 일본의 위상과 엇갈리지만, 근원적인 혼의 양상, ‘동아시아의 원형’이 은밀하게 숨쉬고 있다고 한다. 그 한국 땅에서 고난에 가득 찬 삶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동아시아의 원형’을 목숨을 걸고 추구해 온 시인 김지하. 언제나 강이 같은 바다로 결국 흘러 들어가게 되듯이 하리우 이치로와 시게노부 메이, 각각의 여행이 마침내 김지하에게 다다른다.
그들이 시공을 초월한 그리운 만남을 가졌을 때, 그들이 내뿜는 어둠으로부터의 빛으로 인해 현대 일본과 세계의 모습이 천천히 떠오른다. 그때 보이는 것은 희망인가, 절망인가……
줄거리
출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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