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2013.03.14 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비얌바 사캬
등급 전체관람가 러닝타임 80분 국가 몽골 평점 9 조회수 오늘 1명, 총 8명
줄거리
몽골영화계의 영광스런 과거와 몰락한 현재를 고찰하는 로드무비 형식의 다큐
빈더 지그지드 감독은 몽골영화의 거장 지그지드 데지의 아들로 몰락한 몽골영화계에서 여전히 영화를 만든다. 마땅한 극장 없이 유랑단 처럼 필름과 영사기를 차에 싣고 몽골 구석구석을 떠도는 빈더 감독의 열정과 고뇌를 황량하지만 아름다운 몽골의 풍광 속에서 만난다.
[ About movie ]
“좋은 영화를 창조한다는 건 솔직해야 한다는 걸 의미할 거야.”
영화 만들기에 대한 숭고한 열정을 좇은 로드무비
몽골영화의 전성시대는 몽골키노,라는 국립영화제작소가 국가기금으로 500여명 스텝들에게 월급을 주며 연간 7편의 영화와 다큐멘터리 40편을 생산하던 사회주의 정권 하의 시절이다. 당시 몽골영화계는 화려했지만 표현의 자유가 허락되지 않아 감독들이 국가 검열에 시달렸으며, 지금은 자유는 있지만 산업적 기반이 무너져 예술영화는 시장의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열정>은 이념과 시대를 뛰어넘는 감독으로 몽골영화의 개척자이며, 사회주의 정권 하에서 당대의 국민감독으로 칭송 받았던 지그지드 데지드 감독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는 국립영화제작소 몽골키노의 화려했던 지난 날의 가장 중요한 감독이었지만, 거장인 그마저도 사회주의 검열의 가위질 앞에선 자유로울 수 없었다. 세월이 흘러 1990년 자본주의 체제가 되어 그런 이데올로기 국가 검열은 사라졌지만, 전폭적인 국가사업이었던 몽골영화는 이제 시장경제에서 점점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러시아 영화의 영향력 아래 그렇게 한순간 빛을 발했던 몽골영화계는 이제 몽골의 그 사막처럼 점점 더 불모지로 변해가고 있다. 그런 몽골영화계의 현재. 국민감독 지그지드 데지드의 아들 빈더 지그지드는 아버지의 명성과 영화에 대한 열정을 위대한 유산으로 물려받았다. 또한 그와 함께 다른 축에서 현 몽골의 각각 다른 세대를 대표하는 영화감독으로 빈더 감독과는 동갑내기 친구이자 <열정>의 감독이며 내레이터인 비얌바 사캬. 이들은 모두 지그지드 감독과 몽골키노의 후예들이다.
빈더 감독은 아버지 밑에서 연출을 공부하고 일찌감치 러시아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유명 감독이 되었지만, 비얌바는 뒤늦게 영화에 눈뜨고 지그지드 감독 밑에서 온갖 잡일과 조연출 수업을 통해 영화를 공부한 인물이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90년대 이르러서야 러시아 유학을 다녀온 비얌바 사캬는 너무나 초라해진 몽골영화계에 환멸을 느끼고 만다. “영화를 만들려면 돈을 다룰 줄 알아야해!” 라며 친구 비얌바에게 조언하는 빈더 감독. 어쩌면 비얌바 감독이 <열정>을 시작한 이유는 상업영화 감독으로 변모할 수 밖에 없었던 친구의 변명을 아니, 그가 변절하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할리우드 영화를 흉내 내는 상업영화에 밀려 몽골의 현실과 역사를 이야기하는 영화들을 이미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그럼에도 빈더 감독은 영화 만들기를 멈출 수 없다. 비록 상업영화의 틀 안에서지만 감독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면서 매년 한 편의 영화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도시의 번듯한 극장에서 상영할 기회를 갖지 못하는 그의 영화는 관객을 직접 찾고자,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동쪽으로 몽골을 횡단하는 2천Km의 배급 여행을 시작한다. 낡은 영사기와 필름, 영화 선전물, 침낭, 스카치테으프를 싣고 꽁꽁 얼어붙은 몽골 초원 길을 달려간다. 절대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다고 믿는 비얌바 감독은 친구 빈더 감독의 영화에 대한 운명 같은 열정을 뒤쫓기로 결심한다. 입장수입과 기름값을 걱정하고, 영화적 신념과 절망 사이를 오고 가는 빈더 감독의 고뇌가 정직하고 진실되게 그려진다.
빈더 감독의 유랑극단 같은 찾아가는 영화관을 뒤따르며 고단한 감독의 삶을 묵묵히 지켜보던 비얌바 감독은 어느 순간 카메라 앞에 나와 그와의 대화를 시도한다. “시장 수요 맞추려고 애쓰는 것보다 영화의 질을 높이는데 전념하는 게 낫다.” 라던가. “좋은 영화를 창조한다는 건 솔직해야 한다는 걸 의미할 거야.”라며 빈더 감독에게 “돈 벌기 위한 영화”를 그만두라는 직언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비얌바 감독은 그 여정의 끝에서 검열에 시달리던 자신의 스승인 지그지드 감독의 영화 만들기와 시장경제가 지배하는 현실에서 상업영화를 만드는 빈더 감독, 그리고 독립영화를 만드는 자신의 삶이 결코 다른 길이 아님을 깨닫는다. 예술영화와 상영영화에 대한 논쟁은 진행 중이고. 똑같은 생각을 갖는 건 불가능하고. 자신의 선택에 열정과 마음을 다하는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그렇게 <열정>은 감독의 말처럼 빈더 감독이나 그의 부친 지그지드 감독, 혹은 자신에 관한 영화가 아니다. 이건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평생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열정을 바치는, 쏟아 붓는 것보다 더 멋진 일이 없다는 걸. 누구나 그렇게 행복과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고 ‘열정’을 품은 삶이 가치 있다는 걸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