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의도
집단 이기주의로 인해 가치관이 다른 인간들을 서로 소외시키고 나아가 서로를 파괴하는 디스토피아적 모습들은 이미 우리가 봐왔던 과거의 공상과학 영화에서 쉽게 보아왔던 미래의 모습이자 불행히도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의 파편적 모습이기도 하다. 나는 인간의 멸망을 상상하면서 이 디스토피아적 느낌이 어떤 방식으로 이미지화될 수있을지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인류가 소멸 된 이후에 남겨질 기록과 기억들이 오롯한 폐기물로 대치되는 방식으로 시각화된 과거 영화의 풋티지들과 내가 살고있는 장소에서 발견된, 버려진 누군가의 사진들을 함께 엮어나갔다. 사용한 영화 풋티지로는 책이 금지된 미래 사회에서책을 태우는 방화수의이야기를 그린 영화 ’화씨 451’이나 인구과잉으로 인해 과일이나채소, 고기같은 천연식품이 사라져 굶주림과 병마에 허덕이는 가운데 오로지 유일하게 배급받은 물과 ’소일렌트’라 불리는 알 수 없는음식으로 살아가는 2022년의 세상을 그린 ’소일렌트 그린’등이다.
2009년 겨울 창고 속에서 우연히 발견된 사진들.
오랜 기간동안 버려져 곰팡이와 뒤범벅이 된 사진들은 한 전기회사의 사장처럼 보이는 중년의 남자의 삶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후 이 전기 회사가 80년대 말 노동 문제와 사회적 혼란기를 겪고 필리핀으로 공장이전, 그리고 마침내 IMF시기 부도와 함께 사라진 회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은 결코 낯설지 않은 약육강식의 역사였다. 나는 사진에서 유추할 수있는 이야깃거리 뿐만 아니라 곰팡이 자체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유학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나에게 10여 년의 공백이라는 습기가 내 기억 어딘가에 탈이 난 것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또한 인간이 다른 인간들에 의해 폐기물로 분류돼 매립과소각 등의 방법으로 처리되는 참혹한 디스토피아를그린 김현영의 소설 ’러브차일드’의 텍스트와 소설가 자신의 나래이션은 영화의 풋티지와 얽혀 불편한 긴장감을 드러내려했다. 디스토피아는 불편하다.그 불편함으로 달려나가질 않길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