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발리프-발리프 축제를 배경으로, 외국인과의 결혼을 앞둔 테르야는 고향 섬을 떠나기 위해 공항으로 향한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 테르야는 자신의 삶을 영원히 바꾸게 될 중요하지만 기이한 결정에 대해 곰곰이 생각한다. (2018년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단 하나의 쇼트로 이루어진 작품이라는 점이다. 1시간 30분 동안 펼쳐지는 롱테이크 씬은 많은 제약을 가질 수밖에 없다. 공간은 제한적으로 펼쳐지며 러닝타임과 영화의 서사 시간은 똑같이 전개된다. 따라서 서사도 제한적이다. 서사를 긴밀하게 쌓아 올린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어서, 이런 실험을 데뷔작에서 선보인다는 것은 감독의 대단한 호기로 보인다. 이럴 경우, 경이로운 스타일 실험과는 대조적인 느슨한 서사 때문에 영화의 호불호가 극적으로 갈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를 보는 시간은 인내심을 가지고 지루함을 견뎌내야 하는 그런 시간이 아니다. 영화는 가난한 필리핀 어촌 마을에서 살고 있는 젊은 여자 테리야가 집안의 빚을 갚기 위해 얼굴도 모르는 늙은 독일남자와 결혼하려고 배를 타고 떠나기 바로 직전의 순간을 보여준다. 공간은 집에서 항구로 걸어가는 길이고, 등장인물은 집안을 위해 희생해주길 희망하는 부모, 테리야에게 미래가 달려있는 어린 여동생, 그녀를 붙잡기 위해 애쓰는 전 남자친구, 외국인과 결혼한 사치스러운 사촌, 수다스러운 결혼중매인과 축제에 참여한 흥겨운 마을사람들이다. 영화는 배를 타고 가족을 떠날지, 아니면 사랑하는 남자 곁에 남을지 끝까지 망설이는 테리야를 중심으로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그리고 이 짧은 시간 동안 펼쳐지는 서사에 필리핀의 동시대 사회적 이슈가 담긴다. 좌절, 분노, 슬픔, 웃음이 골고루 스며들어 있는 서사에다 싱글 쇼트라는 실험적 스타일을 접하는 것은 흥미로운 영화적 체험이 된다. (정민아/2011년 12회 전주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