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2007.04.02 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맥해산
등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74분 국가 중국 조회수 오늘 1명, 총 12명
줄거리
<출구 없는 거리>는 사람들이 어떻게 홍콩과 홍콩사람들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가에 대한 영화이며, 동시에 홍콩사람들이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영화 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핵심은 공간적인 기억에서부터 개인적인 역사를 더듬어 나가는 것이다. 홍콩 토박이인 ‘나’와 중국에서 이주해온 여배우 ‘메이 푸 썬 첸’의 이야기는 장황한 역사 서술보다 더 재미있는 방식으로 홍콩의 역사와 홍콩 사람들의 변화하는 정체성을 보여 준다. 이 작품은 영국 식민정부 시절을 지나 중화인민공화국 하의 홍콩정부 시절을 거치면 서 변화하는 홍콩 사람들의 정체성과 이민과 정착 사이에서 그들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을 보여준다. 영화를 표면적으로만 보면 다큐멘터리처럼 보이는 이 영화는 동시에 언더그라운드 실험영화 의 형식을 동시에 취하고 있다. 이미지의 콜라주들은 다큐멘터리처럼 진행되는 구조 안에 서 섬세하게 배치되어 있고, 그 안에서 이제까지 어떤 홍콩영화에서도 보지 못한 홍콩의 이 미지들을 끌어내고 있다. 거의 스스로 도취한 것처럼 아름답지만, 동시에 그 안에서 사라져 가는 홍콩의 이미지들에 대한 맹렬한 애정이 함께 담겨있다. (2007년 제1회 시네마디지털서울)
연출의도
이 작품은 많은 양자적 개념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그 양자들은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느껴지더라도) 상반적인 관계이기 보다는 복잡한 관계로 서로 얽혀있다. 움직임과 뿌리박힘, 객관과 주관, 행복과 슬픔, 사회적임과 개인적임, 공과 사, 기억과 상상, 그리고 6, 70년대의 홍콩의 이야기와 2006년의 그것, 영국 식민 통치의 방대한 내러티브로서의 홍콩의 역사와 개인적인 역사, 감정과 사실적 정보, 감정에 찬 목소리와 사실적인 정보, 고향으로 여기는 지방(배우에게는 메이 푸 선 췐, 그리고 내게 있어선 군동)과 홍콩; 배우(80년대 중국에서 홍콩으로 온 이주민)의 고향에 대한 생각과 나(홍콩 토박이)의 그것에 대한 생각, 그녀와 나의 어린 시절과 성인 시절, 본토에 속하는 자와 홍콩인, 중국과의 관계 변화에 따라 변하는 홍콩의 정체성, 그리고 6, 70년대의 홍콩의 풍경과 2006년의 그것. 다시 말하지만, 이것들은 상반되는 양자가 아니라 복잡하게 얽힌 혼합물이다. 일방 통행 길을 걷다 보면 우리는 특정한 한 순간(그 곳의 그 순간)을 자세히 들여다 보게 마련이다. 실상 우리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 (그 때의 그 장소). 우리는 계속해서 걸어 가야 한다.
리뷰
한 인간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공간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어떤 국가적 공간 속에서 어떤 계층적 위치를 차지하거나 획득하면서 살아가느냐가 개인의 삶의 외형적 조건들의 대부분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움직임(movement)과 뿌리내림(rootedness)라는 두 단어를 둘러싼 많은 의미망들을 포섭해나가면서 그 둘이 확고한 대척점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유동적이고 상대적인 개념임을 실험적 영상 조합과 사운드 편집을 통해 보여준다. 특히 홍콩이라는 특수한 공간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변화해왔고, 그 안으로 흘러 들어온 사람들과 그 속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의 개인적 역사를 재구함으로써 동일한 공간의 이질적인 의미를 파악해나간다. 홍콩은 식민지 역사를 거치고 다시 반환되는 과정을 통해 중국의 내부에도 외부에도 있지 않은 특수한 국가적 정체성을 갖고 있다. 전통적인 중국이 해체되고 서구적인 삶의 양식이 지배적이었던 홍콩에서 중국은 그곳에 살고 있는 이들의 거부할 수 없는 뿌리인 동시에 저개발과 후진성의 자화상이기도 했다. 이 양면성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는 아버지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의 문제는 홍콩인들의 혼란스러운 내면 풍경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감독은 1960~80년대에 국가 홍보의 차원에서 마련된 공적인 필름 기록들을 현재 홍콩의 모습과 대비시키면서 변화상을 한눈에 보여주지만 그것은 과거/현재, 낙후/발전이라는 이분적인 해석을 낳기보다 사라져가는 모든 것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새로운 것과 편리한 것이 추구되는 변화의 흐름 속에서 모든 과거의 것들은 낡은 것으로 치부되어 죽음을 맞는다. 침략적으로 발전해가는 도시의 형성과정은 개발과 발전의 논리 속에서 모든 근대인들이 공유해야했던 기억이며, 우리는 지금도 여전히 그 속에서 살고 있다. 현대적 도시형성에 대한 개인적 기억들을 통해 대도시와 기억의 변증법에 관한 무수한 노트를 남겼던 벤야민의 견해들을 차용하고 있다. 이 작품은 역사와 기억이라는 시간을 공간화함으로써 연속성과 직선으로 이루어진 근대적 시간관과 역사관을 조각내며 다선적이고 미로같은 것으로 만든다. 서로 다른 홍콩에 대한 진술들, 공적 진술과 사적 회고, 이주의 기억과 정착의 기억이 혼합되면서 서로의 주어와 서술어를 대신하는 과정을 통해 홍콩이라는 도시 속에 살아 숨쉬는 복잡다단한 기억들의 복합체로서의 공간, 단일한 관념으로는 포획되지 않는 살아있는 공간을 구성하게 된다. (2007년 제1회 시네마디지털서울 - 김지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