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독요법 Rites of Pharmakon> 연작 중 한 편. 울음을 참거나, 울음을 터뜨리는 남자들의 초상을 몇몇 다큐멘터리로부터 발췌하여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맥락에 놓고 있다. (2008년 제2회 시네마디지털서울 영화제)
리뷰
사람은 누구나 운다. 석가모니 같은 예외도 있지만, 대개 사람은 울음으로 생을 시작한다. 사람은 감정의 임계치를 넘으면 운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눈물 흘리며, 신부의 아버지가 눈시울을 적시고, 기습적으로 임명된 언론사 사장을 보며 노조위원장이 운다. 20년 전에 분신한 벗을 기억하며 울거나, 국가폭력으로 희생된 일가를 떠올리다 마음에 사무친 응어리를 말로 형용할 수 없어 눈물만 떨어뜨리기도 한다. 한편, 박정희나 피노체트 같은 이가 죽었을 때 백주대로에서 운 사람들도 있다. 이세옥 감독의 영화 < weeping men >은 제목 그대로 우는 사람들, 정확히 말해 우는 ’남자들’이 담긴 다큐멘터리 푸티지를 모은 작품이다. 처음 등장하는 장년의 안경 낀 건장한 서구 남자.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그의 눈가에는 눈물이 어린다. 두 번째 등장하는 장면은 이발소. 고객의 머리를 다듬는 노년의 이발사는, 계속되는 영어 질문을 앙다문 입으로 거부하고 눈물만 삼킨다. 훈장과 휘장을 달고 군복을 입었거나 정장을 한, 한국어 방언을 쓰는 일군의 남성들은 돌아가신 ‘원수님’을 찾으며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린다. 이윽고 등장하는 노령의 서구 남성은, 한 여성의 질문을 받고 답변한 뒤 그의 말이 통역되는 동안 눈물을 흘린다.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소녀는, 뭔가 석연치 않은 사연을 이야기하며 벽에 기대어 서럽게 흐느낀다. 그들이 정년퇴임을 눈앞에 두고 생의 마지막 제자들과 헤어지는 벽지의 선생인지(< 마지막 수업 >), ’쇼아’에 대한 증언을 거부하는 유대인인지(< 쇼아 >), 사십여 년 전 적성국가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8강에 진출했던 혁명영웅들인지(< 천리마축구단 >), 비르케나우에서 아내의 시신을 목격한 생존자인지(< 쇼아 >), 전기 치료와 강간을 경험한 뒤 마약에 빠진 엄마 대신 조부모 손에 자란 열한 살짜리 꼬마 남자아이가 생애 최초의 드랙퀸 연기를 시도하고 있는 건지 어떤 건지(< 타네이션 >), 알 길은 이 영화 속엔 없다. 눈물을 참거나 참지 못해 흐르는 눈물을 담은 그들의 얼굴은 모니터 속에서 세계를 구성하며, 모니터를 매개로 분리되어 그들을 지켜보는 소년이 시뮬라크르라는 것만 알아챌 수 있을 뿐. 다만, ’해독요법 연작’이라는 이 작품의 부제에서 눈물의 효용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2008년 제2회 시네마디지털서울 영화제 - 신은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