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들의 자위를 막기 위한 속옷을 파는 ‘독신자 기계’와 연관되는 영화.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을 참조하고 있는 동시에, 쇼윈도를 가리켜 “유리를 통한 성교”라 한 뒤샹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2008년 제2회 시네마디지털서울 영화제)
리뷰
원래 < 개구멍 >은 1988년에 시작된 < 고요한 밤 >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으로 기획되었다. 그러나 퀘이 형제는 두 가지 이유로 결국 이 영화를 < 고요한 밤 > 시리즈에 포함시키지 않은 채 이제까지 세상에 내놓지 않았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그전의 < 고요한 밤 > 시리즈가 모두 흑백 촬영인 데 반해 < 개구멍 >이 컬러로 촬영된 점이었고, 또 하나의 이유는 음악에 대한 감독들 자신의 열정이 결핍해 있던 점이었다. 첫 장면에서 털 꼬리 같은 것이 화면을 가득 채우며 작은 문(혹은 구멍)을 통해 들어가 사라진다. 문틀에는 꼬리의 털들이 어지럽게 붙어 남아 있다. 곧이어 새롭게 끼어들어 오는 숏은, 위를 향해 그리고 관객을 향해 다리를 크게 벌린 채 누워 있는 여자 인형을 보여준다. 거울의 방안에 있는 것 같다. 다리는 태엽 장치가 다 풀린 듯이 나른하게 움직이고 있다. 태엽 장치의 기계 인형, 이것은 마르셀 뒤샹의 < 독신자 기계 >이거나 < 독신자들에 의해 발가벗겨진 신부 >이다. 한편, 개가 관객을 향한 위치에서 끊임없이 침을 흘리고 있다. 그는 인형을 응시하고 있다. 욕정에 찬 듯한 개 얼굴의 클로즈업과 벌려진 인형 다리의 에로틱한 클로즈업이 교차 편집된다. 동시에 그와 관객 사이에 여자 인형의 다리 일부가 희미하게 들어온다. 이제까지 관객이 보고 있던 여자 인형은 실재가 아니라 거울에 비친 이미지였던 듯하다. 문득, 개가 보고 있는 것이 우리인지 인형인지 모호해지는 순간들. 우리 자신이 그 여자 인형일지도 모른다. 바로크적인 시선의 움직임. 그리고 뒤따르는 바로크적인 질문들: 나는 어디에 위치하는가? 개의 하반신은 가느다란 막대형의 다리만으로 되어 있다. 기계 장치의 의족일 수도 있고, 털가죽이 벗겨진 개 인형의 골격일 수도 있다. 그 개의 것이라 추측되는 꼬리가 혼자서 돌아다니다가 마지막에 여자 인형의 꼬리가 된다. 동물-기계와 여성-기계의 에로틱한 만남, 그들의 만남은 성취된 것일까? 하여튼 남성과 여성의 만남은 불가능해 보인다. (2008년 제2회 시네마디지털서울 영화제 - 김준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