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동물의 보건을 위한 자선사업 기구 웰컴 트러스트로 알려진 제약 기업가 헨리 웰컴(1853-1936)은 전 세계로부터 광범위한 의료 관련 공예품을 수입하였는데, 대다수가 현재 런던에 소재하는 그의 과학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이 소장품들의 전시를 주최한 대영박물관의 위탁을 받아 퀘이 형제가 망령의 사물들을 탐험한다. 게리 탄이 음악을 맡은 공식 버전(12분)과 즈데넥 리스카의 음악을 사용한 초기 버전(11분) 두 가지로 상영된다. (2008년 제2회 시네마디지털서울 영화제)
리뷰
인간과 동물의 보건을 위한 자선사업 기구 웰컴 트러스트로 알려진 제약 기업가 헨리 웰컴(1853-1936)은 전 세계로부터 광범위한 의료 관련 공예품을 수입하였는데, 대다수가 현재 런던에 소재하는 그의 과학박물관 에 보관되어 있다. 이 소장품들의 전시를 주최한 대영박물관의 위탁을 받아 퀘이 형제가 망령의 사물들을 탐험한다. 이 탐험은, 관리인 같아 보이는 하얀 장갑의 남자가 얼굴을 좀처럼 보이지 않은 채 우리의 시야로부터 달아나듯이 우리를 소장품으로 이끄는 흑백의 슈퍼 8mm 시퀀스와, 그가 소장품을 만지작거리며 내부까지 속속들이 보여주거나 실제로 작동시켜 보이기도 하고 사물들이 스스로 움직이기도 하는 컬러 35mm 시퀀스로 이뤄진다. 말라비틀어진 미라, 인체 구조 연구용 또는 성행위를 묘사하는 무수한 인형들, 옛 시대의 콘돔과 의수/의족과 정조대, 분만용 의자와 주걱, 뇌수술용 드릴 같은 구식의 의료 기구들, 죽은 이들의 머리카락을 우리는 관리인 남자의 손과 그 손에 밀착하는 카메라의 촉각적 눈을 통해 함께 보고 만지게 된다. 인간이 부여한 목적과 용도가 이미 사라져 버린 자리에 이 사물들의 기억이 슬며시 떠오른다. 타르코프스키의 < 거울 >에서 책상 위의 찻잔이 그랬듯이. < 유령박물관 >은 애니메이션에 대한 몹시 다른 태도를 보여준다. 관습적인 관점에서 애니메이션 부분은 일부에 불과해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퀘이 형제가 시간을 조직하는 방식은 숏-바이-숏보다 프레임-바이-프레임의 스케일에 기울여져 있다. 박물관 계단 난간에 손을 올리고 미끄러지듯 이동하는 관리인의 가속도는 슬로모션의 차원을 훌쩍 뛰어넘어 하나의 숏 안에서 고무줄처럼 변화한다(그러나 픽실레이션 촬영은 아니다). 근대적 인간의 선형적 시간을 위태롭게 만드는 이 미묘하게 조율된 시간은, 원래 퀘이 형제가 체코의 작곡가 즈데넥 리스카의 촉각적인 음악에 맞춰 철두철미하게 편집했던, 하지만 카피라이트 문제로 공식 발표가 좌절된 초기 버전을 통해 분명하게 드러난다. 리스카의 음악은 얀 슈반크마이에르의 여러 영화를 통해서도 잘 알려져 있다. (2008년 제2회 시네마디지털서울 영화제 - 김준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