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소녀 블루는 음산한 환상 세계의 거리를 배회하다, 역시 거리를 헤매고 있는 엠을 만난다. 둘은 아이스크림을 찾기 위한 탐험을 시작한다. 도착해 보니 아이스크림 가게는 검은 힘에 장악된 상태고, 도시는 악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끔직한 괴물들이 블루와 엠을 둘러싸는데, 마침내 영웅 레인이 그들을 구하기 위해 도착한다. 인간의 상상력 안에 자리 잡은 거대한 우주를 탐험하고 있는 매우 특별한 애니메이션. (2008년 제2회 시네마디지털서울 영화제)
리뷰
지난 몇 년간 디지털의 등장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이상적인 청사진은 누구나 영화를 만들고 배급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지만 독립 제작 시스템으로 제작된 몇몇 디지털영화의 경우, 제작과 배급 방식, 매체를 다루는 방식 등에서 확실히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가능성을 제안하고 한다. 지금까지 한 번도 만나 보지 못했던 특별한 애니메이션 < 우리, 스트레인저 > 역시 이러한 디지털 시대 새로운 영상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원제 ‘We Are the Strange’는 작품의 제목이기도 하지만 영화 속 가상의 게임 이름이기도 하다. 영화가 시작되면 이제껏 누구도 해 보지 않은 게임인 ‘We Are the Stange’에 대한 설명과 함께 게임 속 캐릭터, 그러니까 작품 속 주인공들에 대한 설명이 시작된다. 말을 하거나 입을 열면 피부가 변하는 병에 걸린 여인 블루, 머리에 큰 ‘M’자를 달고 있는 인형 소년 엠, 웃는 얼굴의 가면을 쓰고 있지만 속 마음은 좀처럼 알 수 없는 냉소적인 영웅 레인과 자유자재로 모습을 변화시킬 수 있는 오리, 악의 근원과도 같은 ‘그’ 그리고 게임에 참여할 수 없는 관찰자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지만 게임 속 플레이어, 그러니까 등장인물에게는 보이지 않는 ‘카메라’ 등 캐릭터에 대한 소개와 각각의 전투 능력에 관한 정보가 뜬 후 캐릭터를 선택하라는 메시지가 뜬다. 잠시 후 ‘‘카메라를 선택했다’는 안내 멘트와 함께 영화는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이로써 관객들은 관찰자의 시선에서 게임 혹은 영화 속 상황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는 ‘그’에게서 쫓겨난 블루가 숲에 있던 엠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찾아 떠난 후 무시무시한 괴물과 버려진 장난감, 로봇 등과 싸우며 겪는 기이하고 악몽 같은 여정을 담고 있다. 게임과 애니메이션의 경계가 뒤섞인 독특한 구성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스타일 면에서는 보다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스톱모션 같은 전통적인 애니메이션 기법에서 컴퓨터 그래픽은 물론, 블루 스크린에 이르는 다양한 아날로그와 디지털 제작 방식을 혼합함으로써 독특한 시각적 스타일을 완성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감독 스스로 ‘Str8nime’라 이름 붙인 독특한 스타일로 완성한 첫 번째 장편이기도 하다. ‘Strange’와 ‘8비트’, ‘Anime’의 합성어로 보고만 있어도 정신분열을 일으킬 것 같은 기이한 이미지와 서글프지만 신경을 자극하는 사운드, 일본 아니메에서 빠져 나온 듯한 여자 주인공, 그리고 컴퓨터 그래픽 화면에 초기 8비트 비디오 게임에 등장했을 법한 화면들이 뒤섞여 말 그대로 ‘이상한 8비트 아니메’를 완성하고 있다. 감독인 ‘엠 닷 스트레인지’는 이 작품을 혼자 힘으로 완성하기 위해 꼬박 3년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고 한다. 애니메이션과 게임,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넘나드는 독특한 스타일과 감독의 독특한 상상력, 꿈을 꾸듯 초현실적이고 정신분열적인 화면들이 관객들에게 시각적인 충격을 던져주는 매혹적인 독립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2007년 선댄스영화제를 통해 처음 소개된 후 각종 영화제와 인터넷, DVD 등으로 소개되며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던 작품이다. 디지털 시대, 변화하는 애니메이션 혹은 영상의 현재를 만나고 싶은 이들이라면 놓칠 수 없는 작품일 것이다. (2008년 제2회 시네마디지털서울 영화제 - 모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