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레흐 코왈스키
러닝타임 105분 국가 프랑스, 미국 조회수 오늘 1명, 총 2명
줄거리
2차대전이 시작됐을 때, 폴란드인 마리아 베를라는 러시아 북부의 포로수용소에 강제로 수용된다. 그곳에는 히틀러-스탈린 조약의 희생양이 된 수천 명의 폴란드인이 갇혀 있었다. 마리아 베를라는 바로 감독 레흐 코왈스키의 어머니이다. 코왈스키는 어머니의 기억과 함께 아웃사이더로서의 자신의 삶을 영화에 담는다. 대단히 많은, 그러나 결국 한 가지 이야기를 하는 두 인물을 나란히 그린 두 폭 그림과도 같은 영화. (2008년 제2회 시네마디지털서울 영화제)
리뷰
< 낙원의 동쪽 >의 감독 코왈스키는 14살 때 고등학생 마리화나 상습 복용자들에 관한 영화를 찍었는데, 선물 받은 슈퍼 8mm 카메라로 우연히 찍게 된 이 작품은 후에 감독이 될 줄 전혀 몰랐던 그가 걷게 될 미래를 무의식 중에 투영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폴란드계 이민자였던 그는 미국 사회에서 태생적으로 아웃사이더의 자리에 설 수밖에 없었고 홈리스, 매춘부, 포르노 배우들, 마약 중독자, 펑크족 등 주류 사회로부터 소외되거나 스스로 밀려난 계층들에 카메라의 초점을 맞추곤 했다. 이십 대 초반에 열두 편 가량의 포르노영화를 만들기도 했던 그는 뉴욕시의 포르노 스타들에 관한 다큐멘터리인 < 포르노 스타 >를 통해 언더그라운드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작업을 시작했다. 2005년에 만들어진 < 낙원의 동쪽 >은 ‘와일드 와일드 이스트’라고 이름 붙인 동유럽에 관한 3부작 프로젝트를 완결 짓는 작품이다. 코왈스키는 이전에 생계를 위해 부츠 공장을 운영하는 펑크족들을 다룬 < 부츠 공장 >(2000)과 히틀러에 의해 건조된 폴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고속도로를 따라가는 영화 < 히틀러의 고속도로에서 >(2002)를 만들었다. < 낙원의 동쪽 >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반부는 자신의 어머니 마리아 베를라의 기억을 술회하는 한 시간 가량의 인터뷰이고, 후반부는 지금까지 작업해 온 영화 필름들을 편집한 뒤에 감독 자신의 내레이션을 입힌 것이다. 한 영화에 두 명의 다른 서술자와 전혀 다른 시공간 속의 이야기들이 공존하는 방식이 다소 낯설고 기이한데, 완전히 분리된 듯한 두 작품이 논리적으로 또 기술적으로 너무나 급작스럽게 이어 붙여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마리아 베를라는 2차 세계대전 초기에 폴란드로부터 소비에트 강제 노동수용소로 끌려 가 수많은 폴란드인들과 함께 극심한 추위와 허기 속에서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가족들과도 뿔뿔이 헤어져 있을 수밖에 없었던 기억을 더듬는다. 격한 감정 때문에 종종 중단되었던 그녀의 이야기는 결국 터져 나오는 울음 때문에 끝을 맺지 못하고 중지된다. 자신의 몸에서 기생하는 이를 먹으면서까지 생명을 부지해야 할 정도로 참혹했던 그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녀는 “지금 미국에 사는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겠지만”이라는 단서를 붙이고 자신이 겪어 왔던 과거와 세계는 자신의 아들이 살고 있는 지금의 것과는 전혀 다르다고 말한다. 코왈스키의 문제의식은 여기서 출발한다. 과연 정말로 다른가? 나는 어머니의 삶과 완전히 분리된 삶을 살고 있는가? 바로 이것이 다른 두 개의 다른 이야기를 연결해 주는 고리이다. 코왈스키는 자신의 영화적 궤적을 되돌아보면서 이상하게도 어머니의 고통스러운 과거로부터 분리될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는 영화를 가득 채우고 있는 주변인들(포르노 배우들, 마약 중독자들, 노동자들, 홈리스들)의 삶으로 자신이 어떻게 빠져들게 되었는지 탐색한다. 비서보다 포르노 배우가 쉽다고 말하는 여배우, 자신의 눈앞에서 엄마의 추락사를 목격해야만 했던 다른 포르노 배우, 마약에 절어 발작을 부리는 프로듀서들, 혹은 마약 과용으로 죽어 버린 숱한 사람들, 섹스 피스톨즈 공연에 몰려든 텅 빈 눈빛의 광적인 팬들, 노동권을 쟁취하기 위해 길에서 싸우는 사람들. 그는 때때로 왜 자신이 영화를 완성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빠지곤 했지만 필름 속에 담겨 있는 사람들과 그 필름을 돌리고 있는 자신 모두 정체 모를 고통에 빠져 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그리고 그들의 표정 속에서 시베리아의 강제 수용소에 있던 사람들의 얼굴을 발견한다. 어머니의 고통은 실체가 있는 것이어서 견딜 수 있는 것이었다면 코왈스키와 현대인들이 직면한 정신적 공황은 오히려 실체가 없어 더 위험하고 출구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자신의 영상을 통해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세계는 법 앞에서 모든 것이 평등하다는 거짓된 환상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러한 환상은 오직 권력자들을 위한 시스템을 위해 복무함을 까발린다. 그리고 가난과 고통으로 찌든 언더그라운드의 세계야 말로 진짜 세계임을 선언한다. (2008년 제2회 시네마디지털서울 영화제 - 김지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