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2013.03.14 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여신
등급 전체관람가 러닝타임 112분 국가 중국, 캐나다 조회수 오늘 1명, 총 2명
줄거리
재개발로 사라질 한 마을과 죽음을 기다리는 할머니의 마지막 나날들
곧 재개발로 사라질 한 마을, 할머니는 오늘도 골목에 앉아 담소를 나눈다. 그러나 할머니가 중풍으로 쓰러지자 병든 그녀를 둘러싼 자식들의 갈등은 점점 깊어져 가고, 할머니는 카메라 앞에서 지나간 과거의 기억을 쓸쓸하게 더듬는다. 카메라 뒤에 있던 감독과 할머니의 교감이 두터워지면서 영화는 기록을 넘어 가슴 먹먹한 휴먼 드라마로 변모한다.
[ About movie ]
삶과 죽음 그리고 존재의 기억과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연민!
죽음을 눈앞에 둔 할머니의 마지막을 기록한 가슴 먹먹한 휴먼 드라마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 그것도 노인의 마지막 나날들은 어떤 것일까. 2천 년의 시간이 도도히 흘렀던 유서 깊은 도시가 곧 사라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아련한 봄 빛>은 재개발로 곧 사라질 중국 서남부 쓰촨성 성도의 장옌시라는 작은 마을에서 평생을 산 한 할머니의 마지막 삶의 나날들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장옌시는 무려 2천 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강언 지역의 유서 깊은 마을이다. 이 마을은 한때 자유로운 상업활동이 가능했던 곳으로 사람들이 북적대고 상권이 번성했던 곳이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며 도시는 점점 쇄락해지고 이제 재개발을 눈앞에 두게 되었다. 이 사라지기 직전에 놓인 도시를 기록하는 4부작 프로젝트를 구상한 여신 감독은 <아련한 봄 빛>을 그 첫 번째 작품으로 정했다. 특히 4부작을 생노병사,라는 주제를 염두하고 기획한 여신 감독은 장옌시를 촬영하기 위해 그곳에서 오랜 시간을 준비했고, 3개월 동안 그 거리의 마을 사람들과 동고동락하며 우연히 작품의 가장 중요한 인물인 장 할머니와 만났다. 언제 사라질 지 모르는 도시와 죽음을 앞두고 있는 장 할머니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마침 동시에 그렇게 같은 운명으로 존재했고, <아련한 봄 빛>은 그렇게 도시 4부작의 ‘사’가 되었다. 생,으로부터의 출발이 아닌, 사. 결국 탄생,은 죽음으로 인해 소생,하는 것이라는 동양적인 세계관의 산물일지도 모르겠다. 도시의 운명을 기록하기 위한 유순 감독의 작업은 도시보다는 그 도시의 운명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장 할머니의 마지막 나날을 공들여 기록한다.
장 할머니는 하릴없이 비슷한 연배의 이웃 노인들과 골목길 어귀에서 담소를 나눈다. 대개 건강 걱정과 자식들 자랑, 때로는 흉보기다. 온몸이 붙이는 파스로 덕지덕지 기워졌지만, 할머니의 수다에는 아직 나름의 기백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장 할머니는 작은 사고를 겪고, 그것이 결국 중풍으로 이어져 유일한 낙인 골목 마실의 작은 자유마저 사라지고 만다. 병든 할머니의 수발을 둘러싼 자식들의 갈등은 점점 깊어져 가고, 할머니는 카메라 앞에서 지나간 과거의 기억을 더듬는다. 갑자기 쓰러진 할머니의 몸이 굳어갈수록 그녀의 기억은 이상하리만치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다섯 남매를 키우기 위해 억척스럽게 일을 하던 자신의 삶과 화려했던 옛 도시의 기억을 카메라 앞에 털어놓으며 살아온 날을 정리한다. 할머니의 죽음을 직면한 자식들의 갈등은 솔직하게 드러나고, 어느새 카메라 뒤에 있던 감독과 할머니의 교감이 두터워지며 영화는 기록을 넘어 가슴 먹먹한 휴먼 드라마로 변모한다.
여신 감독은 2009년 여름부터 이 마을의 골목골목을 다니며 2년간 촬영했다. 장 할머니가 쓰러지고, 할머니를 자주 찾게 되면서 결국 그 사라져가는 마을의 운명이 인간의 운명과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다. 결국 ‘생로병사’라는 인간의 피할 수 없는 굴레를 사라져가는 도시 안에서 발견한다. 장 할머니는 다가올 봄 빛을 보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고, 비록 마을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지만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여전히 내일의 봄 빛을 기다리며 삶을 살아가고 있다. 죽음도 삶도 모두 현재진행형이라는 담담한 진리.
<아련한 봄 빛>은 젊은 감독의 시선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내밀하며,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길어 올린 다큐멘터리다. 영화의 원제는 직역하자면 ‘사라져가는 봄 빛’. 그러나 꽃이 피고 지듯이, 빛도 스러지고 나면 다시 드러날 것이다. 여신 감독은 <아련한 봄 빛>의 그 골목에서 발견한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담은 이야기를 두 번째 프로젝트로 준비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