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부족한 아프리카에 건기의 정점이 다가오면 야생동물들은 물을 찾아 대규모 이동을 해야만 한다. 그러나 물을 찾는 길과 물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인간들이 거주하기에 맹수와 인간 사이의 충돌은 피할 수 없다. 2010년 22회 한국방송PD대상 독립제작사 부문 작품상을 수상한 3부작 방송 다큐 <말라위, 물의 전쟁>을 재편집한 작품. (2017년 제9회 DMZ국제다큐영화제)
리뷰
탐욕에서 시작됐든 권력을 위한 것이든 혹은 생존을 위한 것이든, 영토를 둘러싼 전쟁은 인간에게나 동물에게나 보편적인 현상이다. 그리고 전쟁은 서로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두 무리 안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무리 사이에서도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역사 이래 두 무리간 치러졌던 전쟁은 언제나 예외 없이 인간의 승리로 끝났고, 그 결과 인간은 지구 생태계의 최상위에 군림하는 전일적 지배자 자리를 차지했다. 동물을 위한 영토는 인간이 설정한 경계
안으로 한정되었고, 경계를 넘어선 개체들은 가혹한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그러나 환경이 척박하고 경계를 침범하고서야 생존의 조건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더 이상 주어진 영역은 무의미해진다.
중앙 아프리카에 위치한 말라위 호수. 아프리카에서 세 번째로 큰 이 호수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고, 19세기의 유명한 탐험가 리빙스턴은 그 아름다움에 취해“반짝거리는 별의 호수”라 칭송했다. 하지만 감독은 말라위의 아름다운 풍경에 취하는 대신 그 속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생존과 투쟁의 현장에 눈길을 돌린다. 생존을 위한 인간 대 짐승의 한판 싸움 말이다. 그러나 이 전쟁은 비단 건기의 정점에 물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의례적 대결만은 아니다. 기실 경계는 인간이 먼저 허물었고, 이에 대한 동물들의 도발은 당연한 귀결이다. 한때 풍성한 어획으로 생활 걱정이 필요 없던 원주민들은 이제 목 좋은 곳을 두고 얼굴을 붉히며, 비옥한 곳을 찾아 정착한 곳은 원래 짐승들의 영토였던 곳이다. 양 진영 간의, 나아가 인간 무리 내에서 공존을 위한 해법을 제시해야 할 때다. (2011년 제3회 DMZ국제다큐영화제 / 강석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