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공군 장교 츄는 우연히 중국의 전설적 스파이였던 양쯔1호를 만난다. 친해진 두 사람은 서로의 비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크게 하는 일도 없이 따분하게 사는 자신의 일상에 비하면 양쯔1호가 들려주는 모험담은 너무나 흥미진진하다. 그로 인해 일상에서의 유쾌한 일탈을 경험하는 츄.
(2004년 제1회 EBS 국제다큐멘터리페스티벌)
리뷰
흥미진진한 모험담을 늘어놓으며 ’충의동지회’모임에 열심히 참여하는 전직 스파이 양쯔1호와 그를 동경해 마지 않는 츄. 사실 두 사람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영화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2차 대전의 영웅, 스파이 양쯔1호의 놀라운 활약상이 아니다. 70대 중후반의 두 노인은 자신들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게 해 줄 것이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대만어를 열심히 배우려 노력하는 것은 그가 딸과 함께 가기 위해서가 아니다. 자신이 살아있음을 확인할 길이기 때문이다. 쇠약한 아내, 교통사고로 거동이 불편한 식구와 살아가는 노인들은 늘 죽음이 멀지 않았음을 느껴야만 한다. 그러나 그들의 인생은 여전히 생생하며 새로운 흥미를 찾고 싶어 한다. 감독이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거짓 양쯔1호의 파렴치한 모습이 아니다. 무언가를 눈치 챈 주인공이 가짜라고 따지려 들지 않고 게속 양쯔1호와의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서 이 점은 분명해진다. 두 사람만은, 사회에서 별 볼일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노인만이 공감할 수 있는 살아있음을 느낄 방법을 발견했고 거기에 일반적인 거짓,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츄가(거짓이건 아니건) 양쯔1호를 만나기 않는다면 그의 일상은 아내를 위해 요리를 하고 TV를 보며 시간 죽이기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노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그들의 삶이 살아있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임을 영화는 호소한다. 비단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탑골공원에 앉아 자신들의 옛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우리네 할아버리 할머니들도 마찬가지다. (조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