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이라는 시설에서의 오랜 삶을 청산하고 마침내 독립 생활을 시작한 수양. 혼자만의 시간을 마음껏 누리고 외출하고 싶을 때 나갈 수 있는 서울에서의 자립생활은 신기할 정도로 자유롭지만 긴밀한 인맥 없는 대도시에서의 삶이 그리 신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카메라는 서울에서의 두 번째 봄을 맞이한 수양의 일상을 조용한 따라가면서 그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성실히 기록한다. 긴 터널 같았던 시설에서의 기억을 단정한 언어로 새기고, 자립생활과 함께 찾아온 삶의 무게를 묵묵히 수용하는 수양의 모습은 고통조차 삶의 깊이로 단단히 다져온 그녀의 삶을 정서적으로 가늠케 한다.
말쑥한 부엌 살림, 책상 앞에 붙은 일본어단어장, 이제 수양의 집은 주춤거리면서도 느린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 독립생활의 한 모습이다. 카메라는 수양의 곁에 가까이 머물면서도 그녀의 삶을 감동실화로 포장해내거나 극기스토리로 한정 짓지 않고, 한 인간의 지속되는 삶과 성숙한 품성을 함께 경험하게 한다. 섬세한 감수성을 지닌 주인공과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감독이 만나 만들어낸, 말하는 순간보다 그 행간이 더욱 돋보이는 사려 깊은 다큐멘터리. (2012년 제13회 장애인영화제)
줄거리
출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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