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이 교각을 만나면 소용돌이가 생긴다. 그 소용돌이는 예측할 수 없다.’
한강을 연결하는 서른 한 개의 다리는 모두 물을 만난다.
그 지점, 부딪힘, 반향, 역류. 예측할 수 없는 흐름, 그 간섭작용.
감독의 변
‘한강다리 통하다’ 프로젝트 아래에서 진행되었던 8명의 감독, 8개의 영화 중 하나인 [간섭]은 서강대교에서 촬영되었다. 나는 서강대교의 어떤 특징을 잡아내기보다는 다리과 강물, 혹은 인간(의 결과물)과 자연(의 흐름)이 만나는 지점, 그리고 그 지점에서 일어나는 현상, 그 어떤 가치판단이나 사회적인 담론을 제거한 순수한 현상을 관찰하고자 했다.
작품해설
영화는 물에서 시작해서 물로 끝난다. 다리에 대한 영화이지만 다리를 직접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교각과 물이 만나는 선과 면을 집요하게 관찰함으로써 ‘다리’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비단 ‘다리’의 정체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물과 다리가 섞이는 미묘한 순간들을 포착하고 그 움직임을 따라가며, 그럼으로써 예측할 수 없는 물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현상을 ‘표현’한다. 카메라를 움직이는 손은 눈을 따라가고 눈은 강물을 좇는다. 강물의 표면을 훑는 카메라의 시야와 강 표면과의 각도가 좁혀지면서 마치 강물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환각을 만들어낸다. 이것은 강물과 교각, 그리고 카메라를 잡은 ‘나’, 이렇게 삼자가 만들어내는 간섭현상이다.
카메라는 한강을 연결하는 교각과 물이 만나 섞이는 다양한 운동을 집요하게 관찰한다. 선과 면이 만나 파생되는 예측 불가능한 아름다운 움직임,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감독의 카메라. 이들이 빚어내는 미묘한 순간을 기록한 매혹적인 실험영화.
(2012년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